“두부(전기요금)가 콩(원료값)보다 싸서야….”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결국 웃었다. 2년째 추진했던 두부(전기)값 체계를 바꾸는 데 성공한 것. 그는 취임 후 재무안정성을 목표로 전기요금 개편을 당면 과제로 삼아왔다. 그의 ‘두부장수론’은 유명한 일화다. 콩값이 오르면 두부값도 올라야 하는데 석유·석탄·LNG 등 연료값보다 전기가 싸다는 전기요금에 대한 항변이었다.

그 항변이 이번엔 성공했다. 지난해 12월17일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기요금 개편안 도입 승인을 기습적으로 받아냈다. 골자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이다. 연료 가격의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겠다는 것. 지금까진 연료비 등락에 따른 손실과 이익을 한전이 부담하고 챙기는 구조였다면 앞으론 이에 대한 부담을 기업과 각 가정이 떠안게 된다.


‘합리적인 전기소비’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업계에선 한전이 얻는 이익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국제 유가 등 외부 비용에 따라 등락 폭이 크던 불안한 재무구조를 덜어냈다. 여기에 정부가 9차 전기수급계획안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풍력과 태양광 등 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연료가 상대적으로 비싸 앞으로 한전이 감당할 부담은 매우 컸는데 이에 대한 리스크도 털어낸 셈이다.

당장 1월부터 날아들 새 전기요금 고지서가 걱정이다. 한전은 당장 인상 요인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코로나 여파로 크게 낮아진 유가가 반영되면서 4인 가구(월 평균 사용량 350㎾h)의 경우 전기요금이 월 1080원가량 내린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 효과가 확산되고 국제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어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번 개편을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안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비용을 각 가정과 기업이 부담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엔 물음표를 찍는다. 진짜 문제는 한전이 모든 전력시장을 독점하는 데서 나온다는 지적이다. 국내 전력산업은 생산, 수송(송·배전), 판매 등 전 단계를 한전이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다. 발전 부문은 한전 6개 발전 자회사의 점유율이 80%를 넘고 송·배전 부문은 한전이 100% 독점한다. 전력 판매 부문도 한전을 제외한 민간 사업자 비중이 미미하다.

전기요금의 정당한 가격체제가 자리 잡기 위해선 한전 독점의 전력시장이 경쟁 체제로 우선 개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제에너지기구 역시 이러한 독점 구조가 국내 전력 시장의 경영 비효율과 가격 왜곡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해왔다고 꼬집는다.

이런 상황에서 연동제 도입은 담합이나 내부거래 등 함정이 적지 않다. 독점 회사의 실무진들은 값싼 연료를 제공하려는 노력 대신 위험이 적고 가격은 비싼 ‘고비용 고안전’ 연료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한전의 발전자회사가 전력구입비를 올린다고 해도 딱히 막을 길이 없다.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한전이 독점하는 상황에서 연동제 도입은 시장에서 국민이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짜 문제는 두부 값이 아니라는 소리다. 한전이라는 고양이에게 전기라는 생선 전체를 맡겨두는 한 전력 시장은 여전히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