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감독과 선수들도 이런 평가전은 처음이겠지만, 선수단을 지원하는 우리(대한축구협회)도 생소하고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 입장에서도 이번 원정 2연전은 중요한 평가전이다. 내년부터는 실전에 돌입하지 않는가."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에서 진행된 멕시코-카타르와의 A매치 2연전은 아주 오랜만에 대표팀이 움직이는 조심스럽고도 뜻깊은 일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020년을 뒤덮어 어지간한 A매치들은 다 취소됐고, 때문에 벤투호는 2019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후 내내 발이 묶여 있었다. 11개월만의 출항.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진행된 최초의 국가대항전이었으니 일종의 첫 단추, 새 걸음이었는데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1승1패였다. 대표팀은 먼저 열린 11월15일 멕시코전에서는 2-3으로 패했으나 11월17일 카타르와의 경기는 2-1로 승리했다. 선수들 중에서는 2경기에서 모두 골을 터뜨린 스트라이커가 황의조가 빛났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경기력'과 관련된 기억은 많지 않은 일정이었다. 외적인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소집 초반 선수단 내 코로나19 양성 반응자가 나왔고 이로 인해 이후 스케줄은 애초 계획과는 딴판으로 진행됐다.
대표팀은 멕시코전을 앞둔 지난 11월 13일 오전 1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고 권창훈, 이동준, 조현우, 황인범 그리고 스태프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양성 반응자는 물론 다른 구성원 모두 각자의 방에서 대기하면서 후속 조치를 취했다.
선수단은 11월 14일 오후 4시 음성 판정을 받은 전원이 재검사를 받았고 김문환과 나상호가 추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 재검 결과를 가지고 멕시코축구협회, 오스트리아축구협회와 멕시코전 진행 여부를 논의했고 상대의 희망을 수용해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카타르전도 비슷한 절차를 통해 결정됐는데, 모든 과정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 밟아보지 못했던 고생길은 2경기가 다 끝난 후에도 이어졌다. 이제 '무사 귀환'을 위한 작전이 필요했다. KFA는 카타르전이 열리기 전에 확진자 복귀를 위해 전세기 투입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선수단 복귀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K리그 클럽(전북, 울산, 서울) 선수 등 케이스별로 계획을 나눠 세웠다.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 시간이 더 필요했던 인원들을 위한 조치도 중요했다. 이에 KFA는 내과 전문 주치의와 조리장이 오스트리아에 잔류, 양성 반응 인원들을 끝까지 돌보았다. 일부 스태프도 확진자들을 돕기 위해 오스트리아에 남았다.
어렵사리 현지 자가격리까지 끝나고, 소집됐던 인원들이 모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으나 그렇다고 일이 다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황희찬은 카타르전 이후 추가 양성자로 판명됐고 그 영향으로 새 소속팀 라이프치히에서 지금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첫 A매치. 서두에 소개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말처럼 걱정이 앞섰는데 호된 평가전이었다. 대신, 덕분에 생채기와 항체를 얻을 수 있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경기에 뛰지도 못한 선수들을 비롯해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에게는 미안한 표현이나, 소중한 경험을 했다.
대표팀은 새해부터 다시 '실전 모드'에 돌입해야한다.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단언할 수는 없으나 일단 스케줄 상으로는 3월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이 재개된다. 한국은 3월25일 투르크메니스탄, 3월30일 스리랑카와의 대결로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도전을 다시 펼친다. 그 전까지는 다른 평가전 일정이 없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2연전 때의 홍역을 유의미하게 활용해야한다.
한국 선수단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우리와 상대하는 멕시코와 카타르는 "그 선수들 빼고 하면 되잖아?"라는 반응이었다는 게 현장에 다녀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개 평가전에 임하는 해당 국가 축구협회의 마인드도 그런데 이미 뒤로 밀릴 대로 밀린 월드컵 예선을 진행해야하는 주최 측(FIFA나 AFC) 입장에서는 어지간한 악재 정도야 극복하고 진행할 공산이 크다. 악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사전 작업이 먼저 중요하지만, '발생 시'를 대비한 시나리오도 철저하게 짜야한다.
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월드컵 예선 때도 지난 2연전처럼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 그럴 때 선수단은 어떻게 혼란을 최소화해야하고 지원하는 협회는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 예방주사를 맞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지난 11월 평가전을 평가한 뒤 "다른 분야도 그러하듯, 이제 '위드(with) 코로나'를 인정하고 준비해야한다. 또 다시 악재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차가운 현실 인식 속에서 보다 철저하게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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