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 직원들이 정부세종청사 해수부에서 호르무즈 해협 및 페르시아만을 통항하는 우리 국적 선박의 위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란이 한국 유조선 'MT 한국케미호'를 나포하면서 해운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자칫 국내 선사들과 정유사들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운사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도가 증가할 경우를 대비해 위치 수신 주기 단축, 선박 보안 경보장치 점검 등을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선원들에게 준비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페르시아만(걸프 해역)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양오염을 이유로 한국 선박을 나포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내에서 사용되는 원유와 화학제품의 주요 운송 경로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국내에 수입되는 원유의 70%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서 온다.

HMM, KSS해운 등은 당장 통항을 줄이거나 대체할 신항로를 모색할 수 없는 만큼 해양수산부 지침에 따른 안전 관련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해수부는 한국 선박의 위치 수신 주기를 6시간 간격에서 1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하기 24시간 전에는 선박 보안 경보장치를 점검하도록 했다.
해수부는 선용풍, 주·부식, 연료유 등을 충분히 준비하고 항해 당직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구간을 지날 때 노출이 안되게 선박의 불을 끄는데 문제는 상대 선박이 우리 위치를 몰라 충돌할 우려가 있다"며 "하지만 무역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해서 지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안전뿐 아니라 국제유가 상승도 우려하고 있다. 한-이란 갈등으로 통항이 위축되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원유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원유 가격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9개월여 만에 최고로 오른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 전면통제로 이어지면 원유 파동 등 사태가 커질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운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국제유가까지 상승하면 운임료 하락·운항비 증가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업계는 보험료 인상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사들은 위험 지역을 항해할 때 별도의 보험료를 낸다. 호르무즈 해협도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데 2019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보험료가 3배 오른 바 있다.   

유가와 보험료가 오를 경우 운임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해운업계는 부담을 덜기 위해 보험료 할증 등 긴급 서차지를 운임에 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물동량 감소와 국내 정유사 등 화주의 비용 증가 등이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르게 된다. 

한편 해운업계는 이란의 한국 민간 선박 억류가 사실상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미국 우방국들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라는 것으로 보고 해수부뿐 아니라 외교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대표단과 현지 대사관의 현장지원팀이 다양한 경로로 이란 측 인사들을 만나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