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원태성 기자 = "재료 다 준비돼 있는데 장소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저랑 같이 가시죠." "같이 가요, 저도 이제 그만 고통받고 싶어요."
한 누리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너무 힘들다. 같이 가실 분 계신가요"라며 올린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이다.
이 게시물에 붙은 댓글 중 안타깝게도 이 남성의 극단선택을 막으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되려 "함께 하자"며 카카오톡 아이디를 남기거나 "메시지를 보냈으니 봐달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이 '함께하자'는 글을 보면 용기를 얻어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상에 극단적 선택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여전히 극단선택을 도모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을 제외하고 2003년부터 단 한 차례도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데도 극단선택과 관련된 게시물에는 여전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는 규제에 걸릴 수 있는 직접적인 키워드보다 자음만으로 표현하는 등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동반자살'의 자음을 쓴 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적는 식이다.
한 누리꾼은 "ㄷㅂㅈㅅ 수도권 중에 준비물, 장소 있으신 분 연락주세요 꼽사리 낄게요"라는 글을 올려 극단선택을 예고했다.
'ㄷㅂㅈㅅ 되도록 빨리가고 싶네요' 'ㄷㅂㅈㅅ 확고합니다 디엠주세요' 등 검색 한번으로 극단선택에 대한 고민 또는 실행을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를 구할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떨쳐내고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극단선택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두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혼자서는 두려움을 갖지만 모르는 사람이 같이 하자고 하면서 방법을 알려주면 심리적 위안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이런 생각을 너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함께라는 것을 강조해 행동으로 이끄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정당화해 자살이 힘든 삶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SNS상에 극단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는 것을 '골든타임'으로 여길 수 있다고 본다.
백종우 자살예방센터장은 "SNS나 문자로 암시글을 남기면 주변 사람의 문자가 올 것"이라며 "그 순간 살고싶은 마음과 극단선택의 마음이 갈등할 때 경찰 등 주변인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데 그것이 골든타임"이라고 분석했다.
유 교수 또한 "온라인이나 SNS에서 극단선택을 언급하는 것은 진짜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런 메시지를 남기는 것은 달리 보면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단선택과 관련한 글이 기로에 놓인 타인에게 악영향을 주는데도 법적인 처벌 방법은 없다.
유 교수는 "경찰이 수사해도 이런 글과 자살의 인과관계를 따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이런 글을 게시한 사람을 경찰로 인계는 하겠지만 즉시처벌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변호사 A씨는 "극단선택을 결의하게 하는 것도 촉탁살인에 해당한다"면서도 "극단선택을 부추기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위계 또는 위력이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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