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유사 수익의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모처럼 웃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5조원대 영업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월 둘째 주 배럴당 3.7달러를 기록한 이후 약 50주 만에 최대치다. 올 1월 첫째주 대비로는 2배 올랐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가격이다. 정유업계의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국내 정유업계는 손익분기점이 되는 정제마진을 배럴당 4~5달러 선으로 본다.
아직 손익분기점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지난해 배럴당 마이너스와 1달러대의 정제마진을 이어가던 정유업계로서는 희소식이다.
정제마진 상승은 미국발 석유제품에 대한 공급 차질 영향이 크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한파의 영향으로 미 남부 지역에 몰려있는 400만배럴 규모의 정제설비가 잇따라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정유공장 특성상 가동을 다시 시작하려 해도 최소 준비 기간만 2~3주가 걸린다.
이에 앞서 일본 후쿠시마현에서도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에 이어 여진까지 발생하면서 일본 정유사들이 가동을 줄이거나 가동을 멈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공급차질, 제품 재고 변화와 경제 회복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정제마진의 상승폭이 기대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자연재해로 인한 마진 상승이 단기적인 이슈로 끝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모임)이 현행 산유량 대비 증산을 결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다.
OPEC+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요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올 1월 감산 규모를 기존 하루 770만 배럴에서 720만 배럴로 줄였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감산 조치 중단을 포함해 하루 150만배럴씩 산유량을 늘리는 방안을 실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OPEC+ 내부에서도 아직 석유수요 회복세가 미진한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어 감산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OPEC+은 4일(현지시간) 정례회의를 열고 오는 4월 원유 공급량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상승 국면에 돌아선 것은 정유사 실적 개선에 직결되는 요인이어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아직 항공유, 등유 등의 수요 회복이 미비한데 사우디가 산유량을 증산하면 단기 이슈에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