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사당국이 공군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초동 수사 과정에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사건 가해자 B씨. /사진=뉴스1(국방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사건과 관련해 강력한 수사를 지시한 가운데 군 수사당국이 초동 수사 과정에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건 무마, 피·가해자 미분리, ‘성폭력’을 뺀 국방부 보고가 대표적인 예다.
4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씨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충남 서산)에서 근무하던 지난 3월2일 피의자인 같은 부대 선임 중사 B씨와 함께 저녁 회식에 참석한 뒤 숙소로 돌아가던 차량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대대장 보고까지 10시간 공백… 사건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유족 측은 “당시 A씨가 곧바로 차량에서 내려 회식 자리에 함께 있던 같은 부대 C상사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군은 다음날인 3일 오전에 A씨의 피해 사실을 C상사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한다.

공군 측에 따르면 C상사는 피해 사실을 인지한 뒤 D준위에게 바로 보고했다. 하지만 D준위가 부대 지휘관인 대대장에게 이 사건을 보고한 시점은 3일 오전이 아닌 3일 오후 9시50분쯤인 것으로 확인됐다. 즉 대대장에게 사건이 보고되기 전까지 약 10시간 동안의 공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유족 측은 “공백 시간 동안 A씨가 C상사·D준위 등으로부터 사건 무마를 위한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유족 측은 D준위가 3월3일 A씨를 저녁 자리에 불러내 “(이번 사건은) 살면서 한 번쯤은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공군 군사경찰은 이러한 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측은 D준위의 사건 무마 의혹을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온 뒤인 지난달 31일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대응 매뉴얼 유명무실… 피·가해자 분리 안 돼

공군은 피해자 A씨 신고 후 A씨를 가해자인 B씨와 즉각적으로 분리 조치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공군은 A씨 신고 뒤 가해자인 B씨와 즉각 ‘분리’ 조치를 취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 측 자료엔 사건 신고 다음날인 3월4일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를 취했다고 명기돼 있지만 B씨가 20전투비행단에서 제5공중기동비행단(경남 김해)으로 옮긴 건 지난 3월17일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A씨가 사건 발생 뒤 청원휴가(3월4일~5월2일)를 냈기에 B씨와 불필요한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일 뿐 군이 적극적으로 피·가해자 분리조치를 취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성폭력 피해 발생 시 피·가해자 분리 등 대응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군 검찰과 감사관실·조사본부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군, A씨 사망 뒤 국방부 보고엔 ‘성폭력’ 내용 제외

공군 군사경찰은 국방부에 보고한 사건 보고서에 시신 발견 경위와 현장 감시 결과 등의 내용만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력’ 관련 내용은 제외된 것. 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국방부에 대한) 최초 보고엔 성추행 사건과 연계된 내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에서 성폭력 사건과 연관된 사람이 숨졌을 땐 반드시 관련 보고서에 해당 내용을 기재해야 하지만 A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선 해당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최윤석 공군 서울공보팀장은 공군의 A씨 사건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해 “공군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고개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