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한 달 만에 불펜으로 이동했는데 이번에는 누구도 '왜'라고 의문하지 않았다. 주어진 세 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살리지 못했으니 응당한 처사라는 의미다. 그러나 끝이 아닌 재시작이다. '약팀' 텍사스의 마운드의 사정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기회는 다시 주어진다.
텍사스는 오는 5일(한국시간)부터 최지만의 소속팀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 3연전을 갖는다. 지난 5월 31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선발 등판했던 양현종은 로테이션상 이번 3연전의 선발투수로 나가야 했다.
하지만 텍사스는 카일 깁슨(5일), 콜비 알라드(6일), 데인 더닝(7일)을 선발투수로 내세울 계획이다. 양현종의 자리가 없는데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던 '1선발' 깁슨이 복귀하며 알라드가 5월 29일 시애틀전(4이닝 2피홈런 2실점)에 이어 한 번 더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다.
알라드는 올해 11경기에 나갔는데 선발 등판이 한 번뿐이다. 하지만 2019년에 9경기, 2020년에 8경기를 선발투수로 뛰었다.
양현종으로선 아쉬울 법하나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했으니 탓하기 어렵다. 아리하라 고헤이의 부상으로 선발진에 합류한 양현종은 5월 20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5⅓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이후 2경기에서 무너졌다.
5월 26일 LA 에인절스전에서 3⅓이닝 7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펼쳤으며 닷새 뒤 시애틀전에서는 3이닝 3실점(1자책)으로 고개를 떨궜다. 이 선발 3경기에서 양현종은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양키스전과 시애틀전에서는 운이 안 따르기도 했으나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그는 시애틀전을 마친 뒤 "점수를 주기에 부끄러운 성적 같다"고 자책했다.
또 '이닝이터'라는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어필하지도 못했다. 양현종이 선발 등판 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한 번밖에 없는데 구원 등판 경기에서 4이닝 이상을 책임졌던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제구 개선이 필요하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3경기에서 12이닝 동안 탈삼진 13개를 잡으면서 볼넷 2개밖에 내주지 않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후 4경기(15⅔이닝)에서는 탈삼진(6개)보다 볼넷(11개)이 더 많았다.
양현종의 보직 변경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단 마이너리그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텍사스 마운드는 여전히 양현종이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불펜에서 활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텍사스는 22승35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러 있으며 지구 선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33승25패)와 10.5경기 차다.
지난 5월 27일 에인절스전부터 8연패를 했는데 1점 차 패배가 네 번이나 됐다. 이 기간에 24득점 44실점을 기록, 화력이 너무 약했다. 다만 2일과 3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는 불펜 싸움에서 밀린 것이 뼈아팠다. 불펜 강화는 텍사스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데 양현종이 향후 활약 여부에 따라 존재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동안 했던 대로 잘하면 된다. 양현종은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한 경기에서 모두 긴 이닝을 책임지며 마운드 손실을 최소화했다. 이는 텍사스가 양현종을 영입하면서 기대했던 부분이다. 팀 사정도 양현종에게 암울하진 않다.
텍사스 마운드의 높이는 낮은 편으로 팀 평균자책점이 4.42로 21위에 그치고 있다. '소수 정예'로 162경기를 풀시즌을 치를 수 있는 선발진도 아니며 부상 등 변수는 늘 발생할 수 있다. 시즌은 길며 텍사스는 105경기가 남아있다.
양현종이 불펜에서 다시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다면, 충분히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다만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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