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 서비스인 '커스터디' 사업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시중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직접적인 제휴를 꺼리면서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 서비스인 '커스터디' 사업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자금세탁, 해킹 등 법적 책임에 따라 위험성이 큰 실명 입출금 계좌 제휴에 부정적인 반면 커스터디 사업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등에 대응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은 암호화폐 거래소 등의 실명 계좌 발급 등을 위한 검증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가운데 '암호화폐 수탁(커스터디) 사업'에 발을 들이고 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업 해치랩스·해시드 등과 함께 가상자산 수탁회사인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투자했다. 국민은행이 투자한 KODA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ODA는 게임업체 위메이드,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와 비트코인 수탁 계약을 체결하며 고객이 됐다.


신한은행도 지난 1월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3월 설립된 KDAC는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코빗·블로코·페어스퀘어랩 등 블록체인 분야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으로 출발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고객의 가상자산을 외부 해킹, 횡령 등의 사고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는 수탁 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커스터디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커스터디 업체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디지털 자산을 망라한 수탁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실명 계좌 발급 대신 수탁사업으로 눈돌려

앞서 이들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등 제휴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수료 수익과 계좌 확대 등의 이익보다 자금세탁, 해킹 등 법적 책임에 따른 위험성이 더 크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직접적인 제휴 대신 성장이 기대되는 디지털 자산에 대응하기 위해 수탁업체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향후 디지털화폐(CBDC) 유통에 돌입할 경우를 대비해 이를 안전하게 보관할 곳이 필요한 수요를 미리 선점하기 위한 의도로도 읽힌다. 한국은행은 약 50억원을 들여 오는 8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에 착수한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과 라인플러스 컨소시엄, 카카오페이와 그라운드X 컨소시엄, 신한은행과 LG CNS 컨소시엄, 하나은행과 포항공대(포스텍) 크립토블록 체인연구센터 컨소시엄 등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으면 위험성이 크지만 커스터디 사업은 이러한 부담이 덜하다"며 "CBDC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에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오전 6시께 4000만원선이 붕괴된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빗썸 기준 역대 최고점이었던 지난 4월14일(8148만7000원)과 비교해 약 53.4% 떨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