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요 회복 둔화로 정유업계의 실적회복이 더뎌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노리던 정유업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에 따른 수요 회복 기대로 국제유가가 고공 상승하는 상황에서 정유사 수익성의 지표인 정제 마진이 바닥권에서 정체되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어서다. 하반기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변수로 등장해 정유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회복세 탔던 정제 마진, 다시 바닥으로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6월28일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72.91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3.6%가량 치솟았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도 79% 상승한 배럴당 74.68달러를 기록했고 두바이유 역시 81.8% 오른 73.8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한때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으로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상승세다.
이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석유 제품 수요 증가를 예상한 글로벌 투자사가 원유 선물 투자에 나서고 있어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의 셰일가스 투자가 주춤하고 이란 핵협상이 정체된 점도 유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제 마진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제 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다양한 석유 제품 판매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임비 등을 제외한 이익을 말한다. 정제 마진이 상승하면 그만큼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고 하락하면 그 반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정유사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정제 마진은 올 들어 잠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1월 배럴당 1달러대였던 주간 정제 마진은 2월 2달러선을 회복했고 지난 4월 마지막 주에는 3.2달러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5월 들어 다시 2달러대로 내려앉더니 6월 들어 1달러 선을 맴돌고 있다. 6월 넷째주 현재 주간 정제 마진은 배럴당 1.7달러다.

이런 현상은 미래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현재 실질적인 수요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베트남이나 인도 등 아시아에선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하며 새로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다가온다는 우려도 커진다. 이로 인해 국가 간 인적·물적 이동이 여전히 제한되고 운송에 쓰여야 할 운송유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변이 바이러스에 하반기 전망도 불안

경유·휘발유·항공유 등 운송유는 전체 석유 제품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국내 정유사 수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항공유의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5월 항공유 수출액은 15억1168만달러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5월 37억4552만달러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실질적인 수요 회복이 더뎌지면서 정제 마진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선 드라이브 시즌 등을 앞두고 석유 제품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겠지만 이는 일부 국가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국제적인 이동이 여전히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운송 부문의 제품 수요가 부진해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 마진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의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2분기에도 흑자는 낼 수는 있겠지만 1분기에 비해 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분기보다 29% 줄어든 3590억원이며 에쓰오일 역시 40.3% 감소한 3726억원을 거두는 데 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엔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중심의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이동 정상화로 휘발유 수요가 가장 먼저 살아나겠고 하반기에서 연말로 갈수록 산업활동 재개로 등유와 항공유까지 순차적 회복이 기대된다”며 “정제 마진은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우상향하는 궤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변수다. 백신의 보급이 아직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할 경우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석유 수요가 정체될 수밖에 없어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하반기 정유사들의 실적 회복이 본격화될지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며 “델타 변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