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여성가족부 폐지를 다시 꺼내 들자 보수야권의 찬반 여론이 충돌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 거듭 약속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여가부 폐지 공약 발표 이후 자신이 받아온 비판을 소개하며 이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우선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의 정치'라는 비판에 "대통령이 전 부처 양성평등 컨트롤타워가 되는 것이 여가부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관해서는 "여가부 확대가 포퓰리즘인가, 아니면 여가부 폐지가 포퓰리즘인가"라고 되물었다.
유 전 의원은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싶어도 여가부는 그럴 수단이 없다"며 "비판을 하는 누구도 '여가부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2030여성은 외면하고 기득권 586 여성만 보호한 여가부는 폐지돼야 마땅하다"며 유 전 의원과 뜻을 같이했다.
하 의원은 "여가부가 없어지면 피해 여성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데 진짜 피해자 여성을 여가부가 보호해줬냐"며 "박원순 성추행 사건에 늑장 대처하고 피해자 정보 유출한 여가부, 없는 법도 만들어서 장자연 사건의 가짜 증인 윤지오씨에게 아낌 없이 지원한 여가부, 정의연의 위안부 피해자 농락 사건에 2주 만에 사과한 여가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에도 '무반응'한 여가부"라고 날을 세웠다.
같은당 김웅 의원도 "여가부 폐지에 대한 국민의 호응은 국민이 여혐이라서가 아니라 여가부가 보인 불공정과 부조리에 대한 분노다"라며 "박원순 피해자는 외면하고 윤지오, 윤미향을 지원한 여가부가 어찌 차별 시정을 운운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여가부 예산은 단군 할아버지 때부터 매일 60만원씩 써도 원금이 남는다는 1조원인데 이 가운데 300억원 넘는 돈이 유관단체 인건비 지원으로 쓰인다"라며 "그러나 피해 '호소인'의 보호막은 되지 못했다. 그 돈을 보호종료 아동들 지원에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런 입장에 대체로 찬성하는 쪽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가 지금까지 예산을 받아 활동했음에도 지난 10년간 젠더갈등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 하는 것은 그 운영 형태나, 지금 형태로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여성 정책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방법론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살펴보자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하자 전날(8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여가부 폐지가 당론이 되려면 더 많은 숙의를 거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섰다.
이에 조수진 당 최고위원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반기를 들었다.
조 최고위원은 "아직 우리 사회에는 인위적으로라도 여성의 참여를 끌어올려야 하는 영역이 있다"라며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부처나 제도는 더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기거나 그것을 통해서 한쪽의 표를 취하겠다고 해서는 또 다른 결의 '분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용어 자체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여성할당제를 양성평등제로,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부 등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며 "아울러 보건복지부와 업무를 조정할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예전에는 여가부가 기능 중심으로 편제된 다른 부처와 업무 중복이 많아 범정부적 관점에서 대통령 직속위원회로 재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러나 사회 내 이질성이 심화하면서 청소년이나 다문화가정 지원, 성폭력피해자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목적, 기능, 조직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할 것을 제안한다"며 "그간의 사업성과를 철저하게 평가해 다른 부처와 중복·충돌하는 업무는 과감히 정리하고 여성을 넘어서서 '양성평등'이라는 본질과 청소년 및 모든 형태의 가족 지원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원 지사는 "국민의힘이 젠더갈등에 편승하고 부추기는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며 "여가부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입장을 유보했다.
홍 의원은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역할이 별로 없다고 해서 이미 있는 부처를 폐지하는 게 옳냐, 그거는 별개로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며 "여가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폐지 문제는 조금 더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업무의 큰,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은 갖고 있다. 많은 국민이 그동안 여가부가 일해 온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유 전 의원의 여가부 폐지 공약 등에 대해 "교양의 결핍, 상상력의 빈곤, K 보수의 수준, 견적이 안 나온다"라며 "한심한 일이다"라고 작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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