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국내 주요 일간지에 게재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의로 게재된 광고 내용. © 뉴스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광고는 있는데 광고주는 없고, 비방 내용을 처벌하지도 못 한다고 하니 답답합니다."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는 누군가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명의를 도용해 신문에 자신을 '이단'이라고 규정한 광고를 실었음에도 이를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국내 한 일간지에는 '손원영 교수와 이단에 대한 한기총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손 교수는 자신을 이단으로 규정한 광고를 게재한 광고주를 찾으려 했지만 누구도 광고를 실었다고 밝히는 이는 없었다. 수사기관에 고소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범죄로 볼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1일 뉴스1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중앙지검은 '성명불상자가 한기총의 명의를 도용해 일간지에 자신을 이단이라고 규정하는 광고를 실은 사건을 수사해 달라'고 고소한 손 교수의 사건에 대해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손 교수 측이 항고했지만 검찰은 최근 항고 또한 기각했다.

손 교수는 지난 2016년 불교 법당을 훼손한 개신교 신자를 규탄하고 법당 복구 비용을 모금했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파면됐다. 이후 법원에서 복직 판단이 나왔으나 학교 측이 손 교수를 '이단', '우상숭배자'로 몰며 복직을 막고 있다. (관련기사:'법당 훼손' 대신 사과했다 파면…복직 판결에도 4년째 이단몰이)

광고가 게재된 시점은 학교와 손 교수가 복직을 두고 다투고 있던 지난해 12월11일이었다. 광고는 '손원영 교수와 이단에 대한 한기총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타 종교를 옹호하는 행위를 이단으로 판단한다는 식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광고가 나간 뒤 18일이 지난 지난해 12월29일 한기총은 돌연 해당 광고에 대해 "한기총의 입장이 아니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한기총은 입장문에서 "광고 내용은 광고 하단에 명의자로 기재되어 있는 일부 증경대표들의 사견(私見)에 불과하며 한기총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이 광고에 대해 김현성 한기총 임시대표회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광고가 게재된 경위에 대해서 한기총은 전혀 관련이 없다"라며 "증경대표들에게도 문의를 해봤지만 '자신들은 모른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기총 증경대표단은 전직 한기총 대표회장들의 모임으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등이 포함돼 있다.

한기총이 입장을 밝히면서 손 교수는 광고를 게재한 이들이 한기총의 이름을 도용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를 했지만 검찰은 언론을 통해 타인을 '이단'이라고 지적하는 행위를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며 불기소(각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앞서 대법원이 특정인을 '이단'이라고 비판해 기소가 된 사건에 대해 "어느 교리가 정통 교리이고 어느 교리가 여기에 배치되는 교리인지 여부는 교단을 구성하는 대다수의 목회자나 신도들이 평가하는 관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판례를 들어 사건을 각하했다.

명예훼손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지만 문제가 된 광고의 경우에는 이단 논쟁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뿐이지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검찰 측 의견이다.

하지만 손 교수 측 고소 내용이 '누군가 한기총의 명의를 도용해 마치 한기총이 고소인을 이단으로 규정한 것처럼 광고를 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데 수사기관이 명의도용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 2021.7.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손 교수를 대리한 오영신 법무법인 여의 대표변호사는 "본건 고소의 취지는 한기총이라는 단체에서 항고인을 이단으로 판단했다는 '사실'이 고소인의 명예에 관한 허위의 사실임을 이유로 하고 있다"라며 "누군가 한기총의 명의를 도용해 광고를 게재했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손 교수는 이점에 관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기 위해 고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 측은 검찰의 각하 결정에 항고를 진행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지 않아 법원에 재정신청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기총은 증경대표단과 관련한 명의도용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면 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김 임시대표회장은 "증경대표단 이름으로 이런 식으로 광고가 나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중에는 허위사실도 게재되는데 막상 증경대표단에 물어보면 자신들은 입장을 낸 사람이 없다는 반응이다"라며 "(이런 상황이) 문제가 되면 윤리위 회부 등의 방법을 내든지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김 임시대표회장은 자신들의 이름이 도용돼 타인을 비난하는 용으로 사용되는 상황에 대해서 증경대표단들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고 사실 확인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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