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관련 첫 재판이 지난 6일 열렸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이날 고(故) 이모 중사를 1년 전 강제추행하고 올 3월 발생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선 '2차 가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모 준위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1시간 반 가량 이어졌다. 그러나 사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군검사는 재판 내내 기계적이다 못해 '멍한' 듯한 모습이었고, 노 준위 측 변호인은 이런 군검사를 상대로 날선 질문은 쏟아냈다. 피고인인 노 준위는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재판엔 참석하지 않았다.
군검사는 법정에서 노 준위를 3가지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첫째, 이 중사에 대한 노 준위의 과거 성추행(작년 7월 회식 중 이 중사 어깨를 손으로 감쌌다). 둘째, 이 중사의 올 3월 성추행 피해 신고에 위력을 행사해 사건을 은폐·무마하려 한 점. 셋째, 과거 윤모 준위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이 중사에게 해당 사건을 언급하지 말라고 강요한 점 등이다.
군검사는 노 준위의 이 같은 행위가 '군인 등 강제추행죄'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협박·면담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후 노 준위 측 변호인의 반론이 이어졌다. 변호인은 먼저 노 준위가 이 중사 어깨에 손을 올리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군검찰로부터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군검찰이 당초 노 준위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을 땐 '(이 중사의) 엉덩이를 때렸다'고 적시했으나 공소장엔 이 내용 대신 '어깨에 손을 올렸다'로 내용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군검찰이 '엉덩이를 때렸다'는 증언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하자 어깨에 손을 올리는 영상을 찾아 내용을 적당히 '바꿔치기'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노 준위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 관련 증언이 제삼자를 통해 전달된 '전문진술'이거나 '재전문진술'이란 점에서 증거 효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피고 노 준위가 이 중사와 많은 대화를 했었다며 이 중사가 노 준위에 대한 신뢰를 표시한 적도 있는데 그 가운데 "(성추행 피해를 신고하면) 군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가해자를 분리하려면 (사건을) 공론화해야 하는데 너도 다칠 수 있다" 등 몇 마디 언행만으로 혐의를 단정하는 건 옳지 못하단 취지의 변론도 폈다.
노 준위 측 변호인은 노 준위와 함께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속 기소됐던 노모 상사가 최근 수감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을 들어 군 수사당국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노 준위 역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자 군판사도 이날 재판에서 군검사를 향해 "(노 준위가) 발언 말고 행동으로 (이 중사에게) 위해를 가한 정황이 있는지"를 물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위해를 가하려는 태도 있었는지 (공소장에) 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군검사는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재판이 끝나갈 무렵 이 중사 유족 측 변호인인 김정환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 준위 측 변호인 주장에 대한 반론은 군검사가 아닌 김 변호사에게서 나왔다.
그는 노 준위 측 변호인이 공유를 요구한 사건 증거 동영상에 대해 "현행법 체제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사건의 추행사실이 담겨있는 (동영상) CD는 복사하지 못 한다"며 "(노 준위 측은) 통상 관례에 따라 열람 목적으로만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 노 준위 측이 "'재전문진술'엔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관련 증인을 법정에 불러서 증언하게 하면 문제가 없다"며 "피해자(이 중사)가 사망한 상태라 피고인 측 변호인이 증거능력을 오인한 것 같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중사 사건 관련 첫 재판은 이렇게 끝났다.
그러나 노 준위 측이 공판준비기일부터 군 수사당국 수사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것과 달리, 군검사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군검사는 노 준위 측 변호인의 반론 제기 때마다 수사 자료를 다시 뒤적이고 때로는 한숨을 내쉬기까지 했다.
군검찰이 이날 재판에서 노 준위 측의 반론 제기에 따라 철회하기로 한 증거는 모두 8건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재판에선 이 중사와 노 준위 간 전화통화 내용을 조작한 혐의(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 중사도 여러 차례 거명됐다. 그러나 군판사는 군검사와 노 준위 측 변론을 듣다가 돌연 "김 중사가 누구냐"고 물었고, 군검사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은 뒤에야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 중사가 이날 재판의 피고는 아니었지만, 재판부 또한 이번 사건 쟁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등에 의심을 받게 만든 장면이었다.
군법원은 오는 25일 노 준위 관련 공판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13일엔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 가해자인 장모 중사에 대한 첫 재판이 예정돼 있다. 다음부턴 좀 더 '재판다운 재판'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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