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남북한 당국 간 통신선 복원 이후 한미 양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반면, 북한은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 사뭇 대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일각에선 "북한의 남북 통신선 복원 결정이 외부로부터의 식량 및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물품 지원을 위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북한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아직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한미 양국 정부에 따르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6일 전화통화에서 인도주의적 대북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 내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협력 문제는 두 장관의 통화 이틀 전인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외교당국 간의 '국장급 협의'에서도 다뤄진 사안이다.

특히 한미 국장급 협의엔 우리 측에선 청와대와 통일부, 그리고 미국 측에선 백악관과 재무부·국방부 관계자 등 유관부처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북지원을 최대한도로 확대하는 방안, 혹은 대북 인도적 지원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았든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까지도 거론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달 30일 통일부를 통해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지원 물자 반출 신청 2건을 승인해주는 등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 재개에 시동을 건 상태다.


그러나 북한 측은 아직 이 같은 한미 당국의 움직임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남북한 당국 간 통신선 복원 뒤 우리 측으로부터 접수한 남북 화상회의 체계 구축에 관한 협의 제안에도 아직 답신하지 않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사진 위)이 6일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외교부 제공) © 뉴스1

그간 북한에서 나온 메시지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이달 1일자 담화를 통해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훈련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게 전부다.
북한이 이후 6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면서 추가적인 대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번 회의에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한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북한대사 겸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는 사전에 준비한 발표문에도 향후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와 관련해 눈에 띄는 내용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측이 이달 한미훈련 상황을 지켜본 뒤 인도적 대북지원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을 지낸 곽길섭 국민대 겸임교수도 "북한이 일단은 한미훈련의 정상 실시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측이 북한의 요구대로 훈련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군 측에선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감안해 훈련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훈련 일정을 바꾸거나 심지어 취소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번 훈련이 지난달 초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취임 이후 처음 실시되는 것이란 점과도 관련이 있다. '특수작전통'으로 꼽히는 라캐머라 사령관은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과 마찬가지로 훈련 등 현장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측이 '한미훈련은 양국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얘기한 건 적어도 자신들이 먼저 훈련 취소나 연기를 얘기하진 않겠다는 뜻"이라며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과 동시에 연합훈련 등을 통해 군사대비태세도 유지하겠다는 게 미국의 기본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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