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지난 17일 동안 우리는 태극전사들의 한 마디에 웃고 울었다. 그들의 말은 지난 5년 간의 땀과 눈물과 웃음을 모두 담고 있었기에, 그 울림은 더욱 컸다.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의 명대사보다도 더 큰 울림을 줬던 영웅들의 인터뷰를 추렸다.
"준비가 되고 나서 확신이 들었을 때, 이것을 표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준비된 선수가 자신감을 표출하는 건 자만이 아니더라."
-높이뛰기 우상혁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메달 없이도 국민들에게 더 없이 큰 감동을 안겨준 스타다. 우상혁은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높이뛰기 결선에서 4위를 기록했다. 우상혁은 도약 전 환하게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고 "할 수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인 끝에 한국신기록 2m 35를 달성했다. 한국인에겐 '높은 벽'이라고 여겨졌던 육상 결선 무대를 진심으로 즐기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국민들은 큰 감동을 느꼈다.
"웅태야, 그래도 너의 등 뒤라서 좋았어"
-근대 5종 정진화
정진화(32·LH)은 근대 5종에서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근대5종 메달리스트(동메달)로 새 역사를 쓴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의 뒤를 이어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3번째 올림픽이었던 정진화로선 꿈에 그렸던 메달을 단 1명 차이로 놓치게 된 셈인데, 운명의 장난처럼 그의 입상을 막은 것은 후배였다. 그러나 정진화는 "그래도 다른 선수의 등이 아니라 웅태의 등을 보면서 들어와서 좋았다"며 달콤한 '브로맨스'를 공개했다.
"교회는 성경, 불교는 불경, 배구는 김연경"
-배구 김연경
'배구 여제' 김연경은 여자 배구 대표팀의 기적 같은 4강을 이끌었다. 김연경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에 직접 이런 글을 적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김연경과 여자 배구 대표팀이 눈부신 활약을 하면서 '역주행', 화제가 됐다. 팬들은 한국이 승전고를 울릴 때마다 김연경의 SNS에 찾아가 "배구는 김연경"이라는 문구를 남기며 응원했다. 지난 2주 동안 배구는 정말 '김연경'이었다.
"끝"
-양궁 오진혁
오진혁(40?현대제철)은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화살을 담당했다. 오진혁은 활시위를 놓은 뒤 화살이 과녁에 박히기도 전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끝"이라고 외쳤고, 화살이 10점에 꽂히면서 말대로 경기는 6-0 완승으로 '끝'났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묻어난 인상적 한 음절이었다. 그 한 마디면 됐다.
"아무도 밟지 않는 눈을 밟고 싶었다"
-펜싱 김정환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은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그는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과 2016 리우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도쿄에서도 빛났고 이로써 한국 펜싱 역사상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자가 됐다. 김정환은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겠다는 도전 정신으로 임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학생 언니가 방학했다는데, 떡볶이 먹으면서 같이 놀고 싶다"
-체조 여서정
여서정(19·수원시청)은 아버지 여홍철(50)에 이어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며 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부녀 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서정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 나는 노력으로 훈련했고, 끝내 메달이라는 값진 결실을 얻었다. 여서정은 첫 올림픽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대범한 연기를 펼쳤지만, 대회가 끝난 뒤엔 영락없는 고교생으로 돌아왔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명을 걸고 지킨 나라를 위해 뛰고 싶었다"
-유도 안창림
재일교포 출신으로 일본에서 나고 자란 안창림(27·필룩스)은 2013년 전일본대학유도선수권을 제패했던 장소인 무도관에서 의미있는 메달을 땄다. 안창림의 뛰어난 재능을 탐낸 일본이 귀화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안창림은 이를 거절했다. 그리고 한국에 메달을 안긴 뒤 가진 인터뷰에서 당당한 목소리로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코리아팀 파이팅"
-양궁 김제덕
양궁 대표팀 막내 김제덕(17?경북일고)은 혼성 단체전에서 동료 안산(20?광주여대)을 응원하며 이렇게 외쳤다. 양궁장이 울릴 만큼 크고 우렁찬 목소리였다. 김제덕은 이후 남자 단체전에서도 '큰형'들 차례에 "코리아팀 파이팅" "오진혁 파이팅" 등 큰 목소리로 기합을 넣으며 사기와 분위기를 돋웠다. 심지어 여자 단체전과 여자 개인전에서는 관중석에서 "코리아팀 파이팅"을 외쳤다.
"투병 중인 모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태권도 인교돈
인교돈(29·한국가스공사)은 혈액암 일종인 림프종으로 투병 끝에 수술대에 올랐고, 훈련은커녕 항암 치료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선수다. 한때 올림픽 출전은 고사하고 러닝머신을 뛰는 것조차 불가능한 절망적 상황이었지만 결국 이 모든 한계를 이겨내고 메달까지 따냈다. 인교돈은 땀과 눈물이 빚은 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그 어떤 약보다도 큰 치료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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