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뉴스1) 이재상 기자 =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구기 종목의 희비가 엇갈렸다. 투혼을 보여준 여자 배구는 많은 국민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안겼다. 반면 프로 스포츠를 대표하는 야구와 축구는 나란히 '요코하마 참사'를 겪으며 고개를 숙였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 배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서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식빵언니' 김연경으로 대표되는 배구대표팀은 매 경기마다 포기하지 않는 극적인 모습을 연출하며 기쁨과 감동을 전달했다.
대회를 앞두고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폭' 사태로 빠지고, 강소휘 등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부침이 컸지만 주장 김연경을 중심으로 '원 팀'으로 똘똘 뭉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써냈다.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한일전 5세트 12-14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세계 4위 터키를 8강서 꺾고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승패를 떠나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등의 이른바 '라스트 댄스'는 팬들에게 큰 울림을 전달했다.
위대한 도전에 나섰던 여자배구 대표팀은 아쉽게 세르비아와의 3-4위 결정전에서 패하며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비판이 아닌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한국 야구와 축구에게 2020 도쿄 올림픽은 악몽의 무대가 됐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넘어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노렸던 '김학범호'는 8강 멕시코전 대패(3-6 패)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조별리그 B조 1차전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불안하게 시작했던 축구 대표팀은 이후 루마니아(4-0 승), 온두라스(6-0 승)를 완파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하지만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수비진 붕괴 끝에 무려 6골을 내주며 대패, 충격을 안겼다. 외신에서 '요코하마 쇼크', '요코하마의 비극'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참담한 결과였다.
한국은 와일드카드 선발 과정에서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합류하지 못했던 수비수 김민재의 부재가 못내 아쉬웠다. 소속팀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일본 출국 하루 전까지 '기대'만으로 버텼던 김학범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도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기대를 모았던 공격수 황의조는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다른 와일드카드였던 미드필더 권창훈도 활약이 미미하면서 김 감독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 최고의 재능이라는 이강인의 활용법부터 멕시코전 수비 조직력의 붕괴 등 대표팀은 집중 포화를 맞았다. 그나마 이동준과 이동경 등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본 것은 위안이었다.
선발 과정부터 잡음이 많았던 '김경문호'는 예고된 참사를 겪었다.
대표 선발 과정서 박민우, 한현희 등이 음주 파문 등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야구대표팀은 6개 팀 중 4위라는 참혹한 결과를 받았다.
양의지, 김현수 등은 끝내 대표팀 '4번 징크스'를 깨지 못했고 답답했던 김경문 감독의 투수 운용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부터 패하며 출발이 불안했던 한국은 도미니카공화국, 미국 등을 꺾고 준결승에 올랐지만 가장 중요한 한일전 완패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준결승 패자전에서 마운드 붕괴와 타선의 침묵 속에 미국에 완패했고, 마지막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참담한 역전패를 떠안았다.
투혼 없이 무기력했던 야구 대표팀에게 이전까지 '약속의 시간'이던 8회는 '악몽의 8회'로 바뀌었다.
김경문 감독은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해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 때처럼 기대가 컸기에 팬들의 실망도 컸다. 무엇보다 경기 내내 투지 없는 플레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달콤한 '어벤쥬스'라 불렸던 여자 골프 대표팀도 '노메달'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세계 최강으로 불렸던 여자 골프 대표팀이지만 박인비, 김세영, 고진영, 김효주 등 모두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고진영과 김세영이 10언더파로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공동 9위를 마크했고, 김효주는 공동 15위, 박인비는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선수들은 폭염과 불규칙한 그린 적응 등에 실패하며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큰 기대를 모았던 박인비는 "이번이 나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3년 뒤 파리 대회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에게 금메달을 내준 세계 2위 고진영은 "대한민국 사람으로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꽂지 못해 많이 아쉽다"면서도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근성이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고 승부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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