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주도권 다툼 심화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4.9%로 중국(43.2%)을 맹추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은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하고 일본 파나소닉도 내년까지 배터리 생산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 글로벌 배터리 주도권 다툼이 한층 심화될 조짐이다.국내 배터리 3사도 과감한 투자 계획을 앞세워 맞불을 놓는다.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K-배터리의 영향력을 높인다는 목표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현재까지 시설 투자에만 26조원을 투자했으며 앞으로도 수십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24.5%의 점유율로 2위를 유지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수주잔고가 전 세계 업체 중 가장 많은 180조원 규모이며 이를 소화하기 위해 생산능력도 크게 확대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폴란드, 중국, 미국에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해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최대인 12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안에 이를 155GWh까지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5조4000억원을 투자, 미국 오하이오주·테네시주에 총 70GWh 규모의 공장을 지어 2023년까지 260GWh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추가로 2025년까지 5조원 규모의 그린필드 프로젝트(70GWh) 투자도 앞두고 있다.
최근엔 현대차그룹과 인도네시아 1조1000억원을 투자해 10GWh규모의 합작 공장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능력은 최소 340GWh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물적 분할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것도 상장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연내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상장 후 기업가치를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나서는 배터리 3사
삼성SDI는 현재 울산사업장과 중국 시안, 헝가리 괴드 지역에 배터리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다. 정확한 생산능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SDI 역시 꾸준한 투자를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헝가리 법인에 약 1조원의 투자를 진행해 배터리 공장 증설 계획을 밝혔다.최근엔 미국 투자 계획도 공식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 일환으로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의 5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현지 배터리 수요도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우선 탑재를 강조하고 있어 삼성SDI도 미국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최근 로이터는 삼성SDI가 일리노이 노멀 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삼성SDI의 배터리 공장이 리비안 공장 바로 옆에 설립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안은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노멀 지역에 생산 공장이 있으며 삼성SDI는 리비안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수주 잔고도 130조원에 달한다. 생산능력은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1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엔 배터리사업을 독립회사로 분할시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배터리사업을 분할해 만든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는 오는 10월1일부로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이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배터리 주식회사는 투자금 확보를 위해 향후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에서 분할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수순을 밟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SK배터리의 상장 일정이 내년쯤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배터리 분할 법인의 기업공개(IPO) 시기 등은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확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