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자산운용사들의 전유물이었던 OCIO시장에 증권사들이 속속 발을 들이고 있는 만큼 향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OCIO는 효율적 자산 배분을 위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 등 투자자들의 자금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OCIO 사업은 투자일임업 자격만 보유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가능하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OCIO 시장 규모는 약 100조로 추산된다. 그중 약 70%는 자산운용사, 나머지 30%는 증권사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약 47%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뒤를 쫓고 있다. 하지만 향후 OCIO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커지자 증권사들도 관련 사업을 확대하면서 이들을 추격 중이다.
증권사와 운용사 간 OCIO 자금 확보를 위한 경쟁은 올해 말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연기금투자풀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주간사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올 12월을 끝으로 지난 4년 간 주간운용사를 맡아온 삼성자산운용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재선정 공고를 내고 3분기 안으로 계약 체결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이하 장애인고용기금)과 임금채권보장기금(이하 임채기금)과 관련한 주간운용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장애인고용기금과 임채기금 입찰에는 KB증권, NH투자증권과 멀티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참여했다. 이중 이번 입찰에서 주간운용사 자리를 꿰차는 회사는 향후 4년간 약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맡아 운용하게 된다.
1차 정량평가, 2차 정성평가(프리젠테이션), 실사, 투자조건 협상 등의 과정을 마친 뒤 9월 중 최종 공고를 통해 주간운용사를 발표한다.
미래에셋·NH 등 증권사, 새 먹거리 OCIO 판 키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OCIO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기금운용팀과 OCIO컨설팅팀을 신설하고 기존 OCIO솔루션팀을 멀티솔루션본부 산하로 이동시키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민간기업들을 적극 공략하며 OCIO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7개 OCIO 형태로 5400억원을 유치했다. 미래에셋증권의 OCIO 총 운용 규모(지난해 말 기준)는 15조7329억원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도 기관자금 운용 자문과 지원 기능을 담당할 OCIO 사업부를 신설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OCIO 사업부 대표를 겸직하면서 진두지휘 할 계획이다.
KB증권은 지난 2019년 OCIO운용부를 신설하고 기관자금 운용 전문인력을 추가 배치해 OCIO 자금을 전담 운영하고 있다. 올 1월에는 한국거래소 고유자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900억원 자금 유치에도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현재 고용보험기금의 위탁기관으로 선정돼 운용 중이다.
금융투자업계는 OCIO 사업이 약 100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4월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도' 도입을 골자로 삼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되면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어서다.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도는 상시 근로자 30인 이하의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개별 적립금을 모아 근로복지공단에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영해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공적 연금서비스 제도다. 근로복지공단은 OCIO를 통해 적립금을 운용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OCIO 시장 진출은 현재 시장 규모가 아닌 기금형 퇴직연금 등 앞으로 운용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새 먹거리가 부족한 금융투자업계에서 OCIO 경쟁은 계속 치열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시장이 더 커지기 전에 미리미리 트랙레코드를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