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소하자마자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만나 경영현안을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가석방 핵심 사유로 '경제적 이유'를 꼽은 만큼 빠르게 경영 현장에 복귀해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계열사 사장단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공백기간 동안 놓쳤던 현안을 보고받고 경영 현장을 지킨 사장단을 격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행보는 가석방에 대한 반대 여론이 첨예한 상황에서 경영 성과를 통해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날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통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가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반도체·배터리 사업 미국 투자, 상생경영 등 오너로서 대응해야 할 현안들을 안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는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방미길에 동행해 "미국에 170억달러(약 19조49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 애리조나주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카운티 등 5곳이 후보에 올랐지만 삼성은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한 추가 투자를 단행할지도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새해 첫 현장 경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라인인 평택 2공장 극자외선 노광장비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반도체 육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7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국내 반도체 투자는 평택사업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도 이 부회장이 들여다볼 중요한 사안으로 꼽힌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중부 노말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의 배터리 공장 후보지로 거론되는 노말에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생산 공장이 있다. 삼성SDI는 일리노이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을 방문하며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해 최종 공장 부지를 선점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복귀로 부지선정 과정이 속도를 낼 가능성도 크다.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신뢰 회복을 위해 오는 17일 예정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출소 하루 전날인 지난 12일 창사 52년 만에 처음으로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상생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체적인 일정은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