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카드사들이 일제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있던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신한·KB국민·삼성·우리·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의 순이익이 1조165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대비 39.7% 늘어난 수치로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실적잔치의 여운도 잠시, 축포를 터트린 뒤 파티장의 모습은 어쩐지 적막하기만 하다.
올해는 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재산정의 해다. 정부는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 가맹점수수료율을 결정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마케팅 비용 등 원가분석을 토대로 적격비용을 산정한 후 최종 수수료율을 결정한다. 오는 11월이면 윤곽이 드러나며 결정된 수수료율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현재 재산정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업계는 수수료율 인하를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2년에 걸쳐 수수료율이 총 13번 인하됐기 때문이다. 2007년 4.5%였던 일반 가맹점수수료율은 1.97~2.04%로 떨어졌고 이후 인하가 잇따르며 현재는 전체 가맹점의 96%가 0.8∼1.6%의 우대 가맹점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명분이 크다는 소리가 들린다. 정치권은 내년 대선을 의식한 듯 가맹점수수료율을 낮추자며 입김을 넣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에 한해 1만원 이하 소액 카드결제 수수료를 면제하는 건 물론 수수료율을 추가 우대 적용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등장했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소상공인과 고통을 분담한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인하 여력이 없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수수료율이 인하되는 만큼 수익성 관리(비용 절감)가 불가피해 고객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카드사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손실이 많은 카드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올 들어 7월까지 7개 카드사(비씨카드 제외)의 신용·체크카드 130개가 모습을 감췄다.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금융, 리스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맹점수수료율이 내리막길을 걸으며 본업인 신용판매(신용카드) 사업이 위축되자 수익성 다각화에 분주한 모습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다는 목적도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최근 만난 어느 자영업자는 “매달 나가는 인건비, 임대료 부담이 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부담이 덜어지는 걸 체감하기가 어렵다”며 “직접적인 지원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전라도 광주에서 열린 만민토론회에서 한 소상공인은 가맹점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무상으로 받던 영수증 출력 종이 등이 유료화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재산정 결과 ‘올해 역시 인하’ 전망이 나오면서 이번에도 카드사, 소상공인, 소비자는 각각의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정교하고 합리적인 논의 과정을 통해 현실적인 수수료율 기준점이 마련돼야 할 때다. 무작정 가맹점수수료를 낮추는 건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 없다. 부담을 덜어준다는 선의가 오히려 어깨를 무겁게 한다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