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수년째 동결된 요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지하철이 파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하철 노조와 사측의 극적 협의 가능성도 낮은 상태다.
22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 6개 지하철 노조는 23일 민주노총 1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쟁의행위 계획을 밝힌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지난 17~20일 총파업 투표를 진행했다. 재적 조합원 1만889명 중 9963명이 투표에 참여해 81.6%가 찬성하면서 파업 투표가 가결됐다. 인천, 대구, 부산 교통공사 노조도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열어 가결시켰다.


이날까지 투표를 진행하는 대전 역시 파업이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는 노사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파업 찬반투표를 하지 않고 있으나 서울 등 다른 지역의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측은 "쟁의 찬반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합법적인 쟁의가 가능해졌다"며 "오늘 회의에서 최종 방침을 정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서울이 주도적으로 투쟁하고 나머지 지역은 이를 지원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사측과의 교섭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9월 초 파업이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파업의 가장 큰 이유인 만성적인 재정난을 단기간에 해결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지난 2017년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합병 이후 지난 2019년까지 3년 연속 매년 5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지며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조1137억원이었고 올해는 1조6000억원 안팎이 예상된다.

서울교통공사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든 수익을 내기 위해 공사 캐릭터 '또타' 인형을 팔았고 휴대폰 케이스, 장식품, 티셔츠 등도 준비했다"며 "5년 만에 '역명 병기' 유상 판매도 하지만 재정난은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2021.8.2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 외에도 지난해 부산 지하철은 약 2600억원, 대구는 2060억원, 인천은 1600억원, 대전은 435억원, 광주는 37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 모두 올해 재정 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철 운영기관의 적자가 심해지면서 서울 등에선 요금인상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무산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월17일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시민들이 많아 지금은 좋은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의 경우 구조조정 이슈도 있어 파업 가능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 오 시장 취임 후 서울시가 공사에 '자구안'을 요구하자 사측은 전체 직원 1만6700여명의 10%인 1539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측의 한 관계자는 "재정위기에 정부와 시가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인력감축·외주화 등 구조조정으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근본적인 재정난 이유는 요금 동결과 무임 운송 때문인데 이는 '자구안'으로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와 사측은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인력감축은 곧 안전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어 '구의역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고 시민들의 안전도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최종 협상이 결렬돼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시민들에게 미칠 피해를 최소화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지하철은 필수공익사업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가동하기 위한 근무 인원을 사측과 논의해 정할 것"이라며 "지하철이 전면적으로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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