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해상노조가 조합원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92.1%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사진=HMM
HMM에 사상 초유의 파업 전운이 감돈다. 육상노조와 해상노조 모두 사측과의 임금 협상이 결렬되며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24일 HMM 해상노조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이틀 동안 해상노조 전체 조합원 약 434명을 대상으로 파업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 기준 92.1%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선원법상 파업이 제한된만큼 해상노조는 오는 25일 단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HMM 선원을 상대로 연봉 2.5배와 4개월 계약 조건을 제시한 스위스 국적 해운선사 MSC로 이직하기 위해서다.

해상노조, 단체 사직서 제출 예고… 왜?

노조가 사측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제대로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상직원은 2012년 이후 8년, 선원직원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2016년을 제외하고 6년 동안 임금이 동결돼 왔다.


HMM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임에도 직원 평균 연봉이 6900만원 수준으로 현대글로비스나 팬오션 등 다른 해운사보다 2000만원가량 낮다.

반면 업무 강도는 높다. 특히 선원들의 경우 선원 부족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최근 HMM해상노조가 공개한 '5월 근로시간표'에 따르면 한 선원은 승선 기간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한 달 동안 총 313시간을 근무했다.


또한 선원들은 통상 4개월 가량 승선한 뒤 이후 2개월 가량의 휴가를 갖는데 HMM 직원들이 이탈하면서 인력이 부족해지자 남은 선원들이 1년 동안 배에서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은 "1년 넘게 배에 갇혀 가정도 못지키면서 아이들이 '아빠 없는 아이'라고 놀림 받고 배우자는 과부라고 손가락질 받다 이혼하고 부모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대할 선원이 없는 것은 그만한 해상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고 지금 남은 선원들이 가정을 잃어가면서 한국해운물류를 틀어막았다"고 주장했다.

선원 부족에 격무 시달려… 1년 내내 승선하기도

HMM 해상노조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사측은 노조에 임금 5.5% 인상과 성과급이 아닌 격려금 100% 지급을 제안했다가 최종적으로 8% 인상안과 성과급 500%를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있어 괴리가 크다.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 10년 만에 연간 흑자를 달성했고 올해도 사상최대 실적 경신 행진을 이어가는 등 상황이 개선된 만큼 높은 임금 인상률로 화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HMM은 지난해 매출액 6조4133억원, 영업이익 9808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5조3347억원, 영업이익 2조4082억원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임금안을 제시할 경우 다시 협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HMM의 경영정상화에 3조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만큼 두 자릿수 임금 인상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정근 위원장은 "회사가 적정 임금을 지불하지 못해서 선원이 없는 것인데 이를 개선하지 않고 얼마 남지 않은 대한민국 선원들에게 모든 것을 부담시키면서 가정을 박살나게 만드는 것은 선상 노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며 "급여 한두푼 더 받으려는 것으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HMM 선원들의 호소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대한민국 수출입의 99.7%를 담당하는 대한민국 선원들이 얼마나 코로나 최전선에서 목숨 걸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는지 이번 기회에 꼭 알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