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자동차 제조 업체가 하반기 생산량 조절에 들어간 가운데 동남아발 반도체 공급 충격이 자동차·전자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업체의 물량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에 동남아시아에서 고강도 봉쇄 조치가 이뤄지자 제조업이 먼저 타격을 입고 이 지역에서 생산된 중간재에 의존하는 세계 기업들의 피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반도체 수급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말레이시아에는 독일 인피니온, 스위스 ST마이크로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모여 있는데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주요 자동차 제조 업체는 하반기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에 따르면 토요타와 포드 등 세계 2대 자동차 제조업체는 조립 라인 중단 계획을 밝히는 등 동남아 전역에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최근 토요타는 9월 글로벌 생산량을 기존보다 40%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토요타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생산이 중단도면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악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에 본사를 둔 포드도 공장 중 하나가 이번주부터 일주일 동안 F-150 픽업 트럭의 조립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FT에 “말레이시아에서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반도체 부품 부족 현상이 발생해 이번주 일부 근무를 건너뛸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한 때 가동을 중단했고 재규어랜드로버도 지난달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판매 전망치를 절반으로 줄인 바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심화되자 자동차 업계 전반의 피해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연내 세계 완성차 누적 감산량이 630만~71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동남아시아발 중간재 공급 차질의 여파는 세계로 번지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전날 해외 투자은행들의 분석을 정리한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활동 제한조치 지속 시 중간재 공급차질로 인해 선진국 제조업 생산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로 인해 물가 상방 리스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해외 투자은행들의 분석을 함께 전했다. 영국의 글로벌 금융기업 바클레이즈는 “앞으로 인플레이션 해소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미국계 다국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공급제약으로 중고차, 전자제품 가격상승이 촉발될 경우 공급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