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잇단 대출 중단에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사진=뉴스1
"이달 말 전세계약 잔금일을 앞두고 지난주 한 시중은행을 방문해 전세자금대출 계약 서류를 작성하고 왔습니다. 전세대출을 기다리던 중 해당은행에서 갑자기 지난 20일 전화가 와서 전세대출가능 금액이 소진돼 대출이 막혀 다른 은행으로 전세대출을 알아보라고 합니다. 다른 은행에 알아보니 전세대출이 나오는데 2주가량은 소요된다고 하니 당장 다음주 잔금일인데 막막합니다. 그나마 집주인이 이러한 상황을 배려해 9월초까지 잔금일을 미뤄줬는데 그때도 전세대출이 안나오면 수천만원의 계약금을 날리고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이어 전세자금대출까지 중단하면서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중단조치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가계대출 취급여력이 충분한 다른 금융회사들까지 대출 취급중단이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지만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자금이 필요할 때 대출을 제때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연소득의 1.5~2배에서 연소득 이내로 축소하라고 요청하면서 은행들이 기존 차주에 대출한도 감액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올 10월 전세대출 만기가 도래하는데 대출한도가 줄어들면 월세살이를 해야 할 판"이라며 "내집마련도 어려운데 전세대출 연장이 안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연장하려면 일부 갚아라" 당혹

신용대출에서도 만기를 앞두고 '내입 조건'을 내미는 은행도 나타나고 있다. 내입조건은 은행이 대출만기를 연장해주는 조건으로 대출액의 일부를 상환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 1억원을 받은 40대 직장인 B씨는 "은행에서 만기연장을 하려면 10%를 갚으라고 요구했다"며 "갑자기 일부를 갚으라 하니 2금융권을 알아봐야 하나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의 대출문도 좁아졌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도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금융권이 잇단 대출 조이기에 금융소비자들은 불안감과 혼란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에 추가 대출규제가 나오기 전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가수요가 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 17~20일 4일간 신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 개수는 7557건으로 전주동기대비(5671) 33.3% 급증했다. 특히 지난 20일 하루에만 2318건의 마통이 신규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어떤 추가대출제한 조치가 내려질지 가늠이 안되는 상황에서 전세대출 또는 주담대 잔금일을 한달 이내로 앞두고 있는 고객들은 서둘러 대출을 신청하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대출승인이 나고 한달안에 대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신청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