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가 시끄럽다. HMM 노사의 임금협상 갈등이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로 번지고 있어서다. 국내 수출입 물동량의 99.7%는 해상을 통해 운송되며 HMM은 국내 최대 국적선사다. 따라서 HMM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정부가 올해 수출 60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삼은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난 셈이다.
노사의 갈등은 임금인상률에 대한 괴리에서 비롯됐다. 사측은 노조에 임금 5.5% 인상과 성과급이 아닌 격려금 100% 지급을 제안했다가 최종적으로 8% 인상안과 성과급 500%를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통상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는 비판적인 여론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는 지나친 이기주의로 받아들여지며 공감을 얻지 못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번 HMM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실제 HMM 주식 종목토론방 등에는 노조를 응원하는 주주들의 글이 쉽게 눈에 띈다. 이유는 노조의 요구가 단순히 한두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생떼’를 쓰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다.

HMM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임에도 직원 평균 연봉이 6900만원 수준으로 현대글로비스나 팬오션 등 다른 해운사보다 2000만원 가량 적다. 장기화된 해운업 불황의 여파와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공적자금 투입 등을 이유로 오랫동안 임금이 동결돼온 탓이다. 육상직원은 2012년 이후 8년, 선원직원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2016년을 제외하고 6년 동안 임금이 동결돼 왔다.

반면 업무 강도는 높다. 선원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한 달 동안 총 313시간을 근무하는 직원도 있으며 1년 동안 배에서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로 인해 ‘1년 넘게 배에 갇혀 가정도 못 지키면서 아이들이 아빠 없는 아이라고 놀림 받고 배우자는 과부라고 손가락질 받다 이혼하고 부모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하소연이다.


노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명분도 있다. HMM은 지난해 10년 만에 연간 흑자를 달성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연결기준 매출 5조3347억원, 영업이익 2조408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회사의 여건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면 그동안 격무와 임금 동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일선 현장을 지키며 회사 정상화에 앞장서온 직원들의 헌신에 보답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번 사태를 그냥 주시해선 안 된다. 산업은행은 HMM의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오르자 지난 6월 전환사채(CB) 권리행사로 2조4000억원에 가까운 평가차익을 봤다. 하지만 HMM 임금협상 문제에 대해선 노사 사이에 합의할 사안이어서 관여할 수 없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그 사이 HMM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있고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마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심화된 가운데 물류대란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HMM 실적 개선에 대한 과실을 일선 현장의 직원들에게 공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