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지난해 출생아 수가 27만2300명으로 사상 첫 20만명대로 내려 앉았다. 합계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84명으로 '아이 낳기를 꺼리는 이유'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때다. 전문가들은 여성에게만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 돌봄'이 여성만의 몫이 아닌 양성 평등으로 가기 위한 방향을 살펴본다.

2018년 0.98명으로 처음 '1명대'가 무너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9년 0.92명에서 지난해 0.84명으로 3년째 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0명대는 한국이 유일하다. 사진은 서울 시내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뉴스1 DB) 2021.8.26/뉴스1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전준우 기자 = 경기 수원시 소재 대기업에 다니는 A씨(34·남)는 최근 육아휴직을 내려다가 포기했다. 육아휴직 한마디를 꺼냈다 "너 진급 안 해?"라는 말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A씨는 "승진하려면 몇 년간 좋은 고과를 받아야 하는데,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그 해는 물론 다음 해까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 승진이 늦어진다"며 "육아휴직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여자 임원들도 '라떼는 말이야. 출산휴가도 못 갔는데 너희는 참 부럽다'라고 부담을 준다"며 "대체로 일 잘하고 성과도 좋은 사람이 먼저 육아휴직을 쓰고, 이후 승진에 대해서는 내려놓는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남성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지도 15년이 됐지만, 여전히 '아이 돌봄'은 여성의 역할로 여겨지고 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상용직 부모 중 육아 휴직을 한 비율은 8.4%에 불과하다. 부모별로는 어머니가 18.5%, 아버지가 2.2%에 그쳤다.
기업 규모별 육아휴직 비율을 보면 남녀 격차가 더욱 심각하다.


만 8세 이하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상용직 여성 중 공무원 등 비영리기업의 24.8%, 대기업 내에서는 24.1%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반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공무원 등 비영리기업 4.3%, 대기업 2.4%에 그쳤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우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이 1.1%에 그쳐 육아휴직하는 남성이 '극히 드문 케이스'로 여겨졌다.

여성의 경우에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육아휴직 비율이 12.4%, 6.2%로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비해서는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 상용직 육아휴직 비율(통계청 제공).© 뉴스1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사상 처음으로 20만명대까지 내려앉았다.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 돌봄'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더 이상 아이 돌봄을 여성의 역할로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 공동의 책임으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의 생애 전망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원은 "남성은 '노동중심적 생애', 여성은 '가족중심적 생애'를 살 것으로 기대했던 과거 세대와 달리, 현재 청년세대는 남녀 모두 '노동중심적 생애'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출산과 양육이 여성에게 경력 단절과 박탈의 위험이 되지 않고, 돌봄으로 인한 부담과 박탈이 긍정적인 경험으로 전환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자녀 양육에 대한 부정적인 의도가 쉽사리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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