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김민수 기자 = "사실은 여기가 부모님의 첫 데이트 장소였대요. 그래서 저도 초등학교 때 부모님 손 잡고 자주 왔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 문을 닫는다고 해서 친구랑 영화 보러 왔어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서울극장. 동대문구에서 온 20대 여성 A씨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이날 서울극장을 찾은 건 A씨뿐만이 아니었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성부터 젊은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故) 곽정환 회장이 1978년 세기극장을 인수해 이듬해 문을 연 서울극장은 오는 31일 42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을 예정이다. 1970년대 국내 영화관의 전성기를 상징하며 단성사, 피카디리 등과 함께 종로의 문화중심지 역할을 해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약진 등 각종 파고에 밀려 끝내 폐관을 결정했다.
소식을 듣고 모여든 관람객들은 서울극장의 마지막 모습을 담으려는듯 곳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기 바쁜 모습이었다. 한 관람객은 전문가용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극장 입구부터 상영관까지 발길이 닿는 곳마다 사진을 남겼다. 이밖에 삼삼오오 모여 영화 이야기를 나누거나, 곽 회장을 소개하는 동판을 보며 생각에 잠긴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서울극장 영업종료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이곳을 찾은 백상진씨(70대)는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왔었는데,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서울극장이 사라진다니까 젊은 시절 암표를 사가면서 영화를 즐겼던 추억도 같이 사라지는 것 같아 조금 서운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남성은 자신을 'VVIP 회원'이라고 소개하며 바쁘게 상영관을 향했다. 이 남성은 "서울극장이 개관하기 전인 세기극장 시절부터 다른 곳은 안 가고 여기에서만 영화를 봤다"며 "아직 포인트가 많이 남았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연인과 데이트를 위해 경기도에서 왔다는 20대 B씨는 "저렴하고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이런데가 문을 닫는다니'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며 "역사가 사라지는 기분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상영관이 적은 인디영화를 보기 위해 서울극장을 찾은 관람객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본 인디영화를 보러 온 20대 여성 C씨는 "이곳에서 인디영화들을 볼 수 있어 자주 왔었다"며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관람객에 31일까지 매일 100~200명에게 선착순 무료 티켓을 제공하는 '고맙습니다 상영회'도 예매 시작 20여분 만에 마감되고 있다.
극장 관계자는 "오랫동안 오지 않으시다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 많다"며 "굳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문을 닫기 전에 그냥 오셔서 둘러보고 가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극장 운영사인 합동영화사 측은 영업종료 후 영화 관련 콘텐츠 제작을 포함한 새로운 극장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앞서 밝혔다. 극장 건물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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