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30일)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고 위원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시작된다.
고 위원장의 최우선 과제는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가계부채는 전년동월보다 약 170조원 늘어난 1805조9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800조원을 돌파했다.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뺀 가계대출만 놓고 봐도 1705조원에 이른다.
금융권에선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집값 급등 등 자산거품이 심각한 수준에 치닫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고 위원장은 "가능한 모든 정책역량을 동원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만큼 금융당국도 추가 대책을 내세워 가계부채를 빠르게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 위원장은 지난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실물부문과 괴리된 신용 증가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며 "과도한 신용증가는 버블 생성과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금융시장 경색을 초래해 결국 실물 경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이미 발표한 대책을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효과성을 높이고 필요시 추가 대책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개인별 DSR 확대 조기시행 되나
고 위원장이 가계부채 관리대책으로 꺼내들 카드는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확대의 조기 도입으로 예상된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연간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7월1일부터 차주단위 DSR을 3단계로 구분, 실시해 오는 2023년 7월부터는 전면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1단계가 적용되고 있는 현재 전체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등)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와 연소득과 관계없이 총 1억원을 초과해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 차주단위 DSR 비율 40%가 적용되고 있다.
2단계가 적용되는 내년 7월부터는 1단계 적용대상과 함께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들로 확대 적용된다. 오는 2023년 7월부터 3단계가 시행되면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들에 모두 적용된다. 총대출액은 원칙적으로 모든 가계대출을 합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고 위원장은 지난 17일 담당 국·과장과의 가계부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는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DSR(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방안의 추진 일정이 적정한지 살펴보겠다"고 말해 개인별 DSR 확대 조기시행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2금융권의 느슨한 DSR 규제가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하면 보완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고 위원장은 강조했다. 현재 은행권에는 DSR이 40% 적용되지만 제2금융권에선 DSR이 60%까지다. 규제차익을 이용해 2금융권에 대출이 몰리는 만큼 고 위원장은 2금융권의 DSR도 은행권과 같은 40%를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다음달 말 종료되는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연장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고 위원장은 방역상황 등이 더 심각해진 점을 언급하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한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추가 연장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금융권에선 코로나19 지원조치가 연장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잠재부실 위험을 더 키울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고 위원장은 금융권 설득에도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고 위원장은 막대한 금융지원을 경계했다. 그는 "위기극복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대비할 시점"이라며 "막대한 규모의 금융지원이 우리경제 내 잠재부실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