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0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열린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사진=임한별 기자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수단 강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 13개월여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인앱결제 강제를 법으로 금지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31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의원 188명 중 찬성 180명, 반대 0명, 기권 8명으로 통과시켰다.   

이날 법안을 대표발의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유성구갑)은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한 구글과 애플이 세계를 대표하는 혁신 기업으로 성장했듯이 또 다른 후발 혁신 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개방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총 7건의 법률안을 토대로 마련됐다. 모바일콘텐츠에 대한 앱마켓 사업자의 심사 지연 행위와 특정 결제수단 강제를 금지하고 결제·환불 관련 사항을 이용약관에 명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중복 규제' 의견을 받아들여 2개 조항이 제외됐다.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사업자로 하여금 다른 앱 마켓에 모바일 콘텐츠 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도하는 행위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다.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국회 본회의 문턱 넘기까지… 통상문제 이슈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0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열린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사진=임한별 기자
구글은 올 10월부터 변경된 수수료 정책을 적용한다고 공식 블로그에 고지했다. 유료 콘텐츠 결제 시 자사 결제수단을 이용하게 하는 방식인 인앱결제의 적용 범위를 게임에서 음원과 웹툰·웹소설 등 모든 디지털콘텐츠 앱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국내외에선 앱 개발사들이 받을 타격을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창작자 단체가 지난 18일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창작자 생태계의 현실과 우려를 전달하는가 하면 ICT 단체는 20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의원들에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전달했다.

국회에서도 구글의 수수료 정책을 막기 위한 시도들이 꾸준히 이뤄졌다. 지난해 7월부터 과방위에 제출된 관련 법안만 모두 7건이다. 하지만 야당 일부 의원들이 통상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발하면서 계류됐다.

관련해 진전된 논의가 이뤄진 건 민주당 소속 이원욱 과방위원장이 지난 6월24일 전체회의에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안건조정위'를 구성하면서부터다. 국회법 제57조의2 조항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조정이 필요할 때 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1 이상의 요구로 구성된다.

안건조정위 구성을 시작으로 여당과 과방위는 법안 처리를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6월28일 위원장 선출을 위한 모임을 시작으로 총 3차례에 거쳐 회의를 진행하며 관련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핵심 조항들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세계 최초 인앱결제 방지법에 업계 '환영'… "공정한 앱 생태계 조성 기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0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열린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사진=로이터
오랜 진통 끝에 국회 문턱을 넘어선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오는 9월 중순 시행될 전망이다.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국내 업계의 수수료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안 통과는 관련 법을 논의 중인 국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에서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는 가 하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을 앱마켓 경쟁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데이비드 시실리니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원장(민주당)은 앞서 "플랫폼 업체가 독점적 권력을 통해 경제 및 근로자 기업가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은 미 의회의 450페이지에 달하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명백히 입증됐다"며 "막강한 거대 플랫폼 기업의 압력과 로비에 맞서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국회와 국회의원들에게 지지를 보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법안이 통과된 직후 IT업계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 이용자가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