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급전 창구로 불리던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그래픽=이미지투데이

서민의 ‘급전 창구’는 이제 옛말이 됐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이어 2금융권에도 대출 관리를 주문한데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연 0.5%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올리며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게 됐다. 그동안 2금융권은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중·저신용자나 20대의 이용이 많았던 만큼 취약 차주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금융권도 금리 인상 시작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저축은행중앙회, 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2금융권에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율적으로 관리해 줄 것을 전달했다.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2금융권으로 대출이 쏠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서다. 카드사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의 금리를 올리며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7월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표준등급 기준 카드론 평균금리(운영가격)는 12.66~13.96%로 집계됐다. 평균 13.1%로 6월과 비교해 (12.95%) 0.15%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카드론 평균 금리는 현대카드가 12.66%로 가장 낮았고 ▲KB국민카드 12.78% ▲신한카드 12.80% ▲하나카드 12.88% ▲우리카드 13.24% ▲롯데카드 13.35% ▲삼성카드 13.96% 등의 순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보험사들의 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생명·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1년 새 0.2~0.5%포인트 안팎 상승했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7월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2.64%였으나 올 7월엔 연 3.1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연 2.59%에서 연 3.06%로, 교보생명은 연 2.99%에서 연 3.17%로, 삼성화재는 연 2.69%에서 연 3.14% 등으로 올랐다. 올들어 국고채 등 금리가 뛰면서 보험사들이 책정하는 기준금리 자체가 높아진 것이다. 

일부 보험사는 2분기 들어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더 끌어올렸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보험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125조원으로 2021년 들어 6.5%(4조4000억원) 늘었다. 이미 정부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6%를 넘어섰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보험사들도 대출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보험사 대출 잔액은 다른 금융권보다 적은 데다 대부분 보험약관대출이어서 갑작스런 대출 중단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오르면 대출자 28% ‘휘청’… 자영업자·20대 취약 


문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다. 2금융권을 포함한 대출자 중 금리상승에 취약한 차주는 전체의 28%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에 제출한 ‘금리상승에 취약한 차주 현황’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고위험대출 차주’는 전체 개인 대출자의 25.1%에 달한다. 
고위험대출 차주는 2금융권인 저축은행 신용대출 보유자, 카드사의 카드론 보유자, 상호금융 대출 2억원 이상 보유자와 5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되는 경우다. 

이들 고위험대출자는 ▲2016년 25.9% ▲2017년 25.8% ▲2018년 25.5% ▲2019년 25.5% ▲2020년 25.1% 등으로 최근 6년 간 전체 차주의 25%를 웃돌고 있다. 금리상승 시 취약한 차주 비중은 ▲2016년 29.8% ▲2017년 29.8% ▲2018년 29.4% ▲2019년 29.2% ▲2020년 28.4% ▲2021년 1분기 28.3% 등으로 집계됐다.  

최근 감소세를 보인 건 한은의 ‘빅컷’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꺼번에 0.50%포인트 낮췄고 같은 해 5월 0.50%까지 추가로 내렸다. 

이 조치로 취약 차주 비중은 2019년과 2020년 사이 0.8%포인트 줄며 28%대에 안착했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발표 후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취약 차주 비중이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존재한다. 

금리 인상 여파는 자영업자들에게 유독 거셀 것으로 보인다. 고위험대출 차주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2016년 9.1% ▲2017년 9.7% ▲2018년 10.4% ▲2019년 10.8% ▲2020년 12,3% 등에 이어 올 1분기 12.6%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에 대출상환 부담까지 겹치자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폐업을 검토 중이란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10일부터 25일까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자영업자(500명 응답)를 대상으로 ‘자영업자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39.4%에 해당하는 자영업자가 현재 폐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로는 ▲매출액 감소(45.0%)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고 ▲고정비 부담(26.2%) ▲대출상환 부담과 자금사정 악화(22.0%)가 뒤를 이었다. 또 자영업자 중 60.4%는 코로나 발생 전인 지난해 1월에 비해 대출액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는데 이유로 ▲향후 금리 상승 우려(29.5%) ▲대출한도 문제(22.9%) ▲폐업 예상으로 인한 대출 축소(19.6%) 등을 꼽았다. 

상대적으로 상환 여력이 부족한 20대·60대의 카드론 이용이 늘고 있는 점도 서민경제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이자 부담에 따른 부실성이 이젠 전 연령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개 신용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의 개인 카드론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27조918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0%(3조6456억원) 증가했다. 이 중 20대가 이용한 카드론 잔액은 1조19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7.3%(2186억원) 늘며 1조원을 넘어섰다. 20대에 이어 60세 이상의 카드론 이용이 20.3% 증가했고 ▲50대 17.2% ▲40대 12.7% ▲30대 8.5%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빚이 치솟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높여 범람하는 물길을 닫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제 문제는 그 물길을 어떻게 나누느냐”라면서 “생계형 자금을 빌리던 자영업자, 서민들을 위한 섬세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