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대 연 6%에 육박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은 18일 오후 서울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모습./사진=뉴스1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인한 총량이 규제된 결과 은행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은행 수익 높여주려고 가계대출 관리하는 것인가요? 누구를 위한 대출규제입니까. 대출 규제·관리를 위해 몇달동안 준비하고 발표를 했으면서 정작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가는 피해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대 연 6%에 육박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현재 7700만여명의 동의가 몰렸다.

청원인은 "은행이 '갑'이 돼 대출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은행들은)이미 받은 대출을 연장할 때도 가산금리를 1%포인트씩 높여 연장해준다"며 "올라간 금리내역을 살펴봤을 때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나 채권금리가 높아진 것보다 가산금리가 더 높아진 것을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상반기에 대출 총량 관리 가이드를 지키지 않고 대출해준 것은 금융기관들"이라며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파티를 벌이다가 총량관리가 타이트하게 진행되니 대출 규모는 줄어들더라도 본인들의 수익성은 놓치지 않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갔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가계대출이 큰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감당할 수 없는 가계들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를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기준금리와 채권금리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는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폐지에 대해서도 관리를 당연히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무엇이 서민을 위한 길이고 무엇이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길이냐"고 반문했다.

연 5% 넘어선 주담대, 급등세 지속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 금리는 8일 기준 연 3.81~5.16%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인 지난 8월말과 비교해 약 1%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이날 기준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연 3.96~5.16%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 9월말까지만 해도 해당금리는 연 3.22~4.72%였는데 한달여만에 하단이 0.74%포인트, 상단이 0.44%포인트 오른 것이다.

주담대 금리 급등세는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의 경우 이날 기준 해당금리는 연 3.81~5.01%로 지난 9월말(연 3.53%~4.34%)과 비교해 최대 0.67%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연 4.15~4.95%, 하나은행은 연 3.84~5.14%로 각각 최대 0.48%포인트, 0.476%포인트 상승했다.

대출금리 왜 자꾸 오르나?

이처럼 대출금리가 급등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은행이 지난 8월말부터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들어갔고 시장금리 상승세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른 영향도 있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로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올린 영향이 컸다.

은행들은 시장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기본금리에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산정한다. 여기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하는데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하면서 ‘은행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은행권에선 주담대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한 우대금리 축소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우대금리를 최대 0.5%에서 0.3%로 0.2%포인트 낮췄다. 또 우리은행은 최대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했던 주거용 오피스텔담보대출, 월 상환액 고정대출의 우대그림를 아예 없앴다. 비대면 부동산담보대출인 우리원(WON)주택대출도 0.4%의 우대금리가 사라졌다.

농협은행은 이달부터 주력 신용대출 상품인 'NH직장인대출V' '올원직장인대출' '올원마이너스대출'의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 축소했다.

가계부채 총량관리 위해 '뒷짐' 지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급등하는 가계대출 금리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리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며 "시장금리가 상승을 하고 그것이 또 반영이 돼서 대출금리에도 반영이 되고 있고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예대마진이 좀 더 벌어지는 그런 일들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이같은 고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위해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 2019년 대출금리 부당산정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로 입장이 뒤바뀐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금리 점검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은만큼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오히려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수익을 독려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내년 1월 기준금리를 현행 0.75%에서 1.25%로 0.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하려면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심사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금융당국의 기조에 부합하려면 가산금리나 우대금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