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3사가 명품을 중심으로 한 럭셔리 전쟁에 돌입한다. 사진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콧대 높은 명품… 백화점 3사의 ‘럭셔리 전쟁’
② “맛보고 사고 즐기고”… 백화점이야 쇼핑몰이야
③ ‘맛집 좌표’ 찍었더니 백화점?

이른 아침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으면 오픈 전에도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다. 명품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추운 겨울에도 이런 ‘오픈런’ 열기는 식지 않는다. 돈이 있어도 부지런하지 못하면 살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소비의 변화는 명품의 콧대를 더욱 높아지게 했다. 코로나19로 면세점 이용 및 해외 쇼핑 등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명품 시장이 급성장했다. 눈 깜빡하면 가격이 오르기까지 해 하루라도 빨리 사려는 사람들이 백화점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명품 업은 백화점 ‘훨훨’ 날다


신세계 강남점의 루이비통 팝업./사진=신세계백화점
비대면 쇼핑 열풍이 불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위기를 맞은 듯했다. 빠른 배송, 합리적인 가격 등을 내세운 이커머스가 대세로 떠올랐다. 유통의 축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추세였다. 그 와중에도 백화점만은 자존심을 지켰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는 지난해에 호실적을 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2조88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8.8%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2조13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전년 대비 20% 증가한 2조103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우수한 성적표의 바탕에는 치솟는 명품의 인기가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명품 매출 비중이 2019년 16.7%에서 2020년 20.9%, 2021년 25.7%까지 높아졌다. 2021년 현대백화점의 해외 명품군 전체 매출은 전년비 38% 늘었다. 시계·주얼리는 54.2%, 해외 남성패션은 59.6%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더 럭셔리하게… VIP를 잡아라


롯데백화점 본점 남성 해외패션관./사진제공=롯데쇼핑
이렇다 보니 백화점은 고급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명품 비중을 대폭 늘리고 남성 명품 브랜드 입점에 집중해 변신하고 있다.
매출 기준 국내 1위 백화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세계 강남점은 ‘백화점의 얼굴’인 1층을 ‘백 갤러리’로 구성했다. 구찌, 펜디, 버버리 등 10여개 해외 명품 브랜드의 가방만을 모아 판매한다. 특히 2030세대 고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를 엄선했다. 지난해 리뉴얼을 통해 명품을 2·3층에 집중 배치해 VIP 동선을 최적화하기도 했다.

신세계 경기점의 경우 현재 명품관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이미 지난해 지하 1층과 1층, 두 개의 층에 걸쳐 명품·화장품 전문관을 선보였다. 지하 1층에 명품 전문관을 선보인 것은 국내에서는 최초다. 명품·화장품 전문관의 총 영업면적이 2배 이상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월부터 본점 리뉴얼을 시작해 올해 말 마무리 짓는다. 해외명품과 컨템포러리 대폭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새로운 명품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젊은 남성을 겨냥해 남성 해외패션 전문관을 조성 중이다.

본점은 이미 지난해 5층 남성 패션관을 남성 해외패션관으로 바꿨다. 루이비통, 톰포드, 돌체앤가바나 등 남성 명품 브랜드를 집중 도입했다. 명품 시계 브랜드 IWC와 협업해 공식 카페를 오픈하기도 했다. 잠실점도 명품 브랜드의 남성 전문 매장을 단계적으로 열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남성 명품 전문관에 힘을 준다. 무역센터점에 올 3월 버버리 남성, 4월 구찌 멘즈 매장을 오픈한다. 올 하반기 중으로 판교점 남성 럭셔리 브랜드를 강화할 계획이다. ‘남성 럭셔리 부띠끄’로 리뉴얼을 진행한다. 업계 최초로 2030세대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럭셔리 전쟁의 끝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루이비통 남성 전문 매장./사진제공=현대백화점
갈수록 럭셔리해지는 백화점의 미래는 어떨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백화점의 실적은 장담할 수 없다. 지금 당장은 ‘효자’ 노릇을 하는 명품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는 것이 양날의 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해외 유명 브랜드)이 차지하는 비중은 33%까지 높아졌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6.7%)과 비교하면 6%포인트(p) 이상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명품 선호 현상은 지속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의 성장률은 더디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전년비 4.6% 성장하며 세계 7위 시장에 올랐다. 글로벌 명품 시장 성장률 13%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명품 시장 규모 기준 상위 10개국 중 성장률은 최하위다.

명품 판매처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위협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455억원에서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거래액이 크게 성장하기도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가운데 백화점의 성장은 면세점과 해외 쇼핑이 어려워 백화점에서 명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몰린 탓이 크다”며 “소비심리가 위축되거나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면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