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찾은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는 사람보다 로봇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로봇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배전기기의 자재 입고부터 생산, 출하까지 전 공정을 빈틈없이 수행했다. 품질과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자동화 생산체계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기기 수요에 최적화된 모습이었다.
청주 배전캠퍼스는 HD현대일렉트릭의 배전기기 생산 역량이 집약된 미래형 스마트 생산거점이다. 총 8만5420㎡(약 2만5000평) 규모로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했다. AI 데이터센터 등 고품질 전력 공급 수요처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분배하고 회로를 보호하는 배전기기 중요성이 커졌고, 회사도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생산 기지를 마련했다.
현재 1단계 사업으로 추진된 중저압차단기 신공장에는 총 1161억원이 투자됐다. 해당 공장에서는 발전소와 산업 플랜트에 적용되는 기중차단기(ACB), 진공차단기(VCB)부터 일반 주택과 빌딩에 사용되는 배선용차단기(MCCB)까지 5만여종에 달하는 중저압차단기 제품이 생산된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글로벌 배전기기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이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청주 배전캠퍼스를 구축했다"며 "다품종 생산체계와 안정적인 품질, 신속한 공급 대응 역량을 갖춘 곳으로 향후 배전기기 사업 설루션을 모두 아우르는 생산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차별점은 자동화 설비·물류 시스템·디지털 운영 체계를 하나로 통합한 '통합형 스마트 공장'이라는 점이다. 스마트 제조 환경에 맞춰 전 공정을 새롭게 설계, 작업 동선·공간 구조·설비 배치·통신 환경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실제 현장 역시 자동화 시스템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모든 자재는 창고관리시스템(WMS)와 연동돼 8m 높이의 자동화 창고 랙에 입고됐으며, 보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팔레트 단위로 적재됐다. 이후 생산 계획에 맞춰 필요한 자재가 토트 단위로 자동 분할돼 각 생산 라인에 적시 공급되는 식이다.
특히 완제품 창고를 위아래로 누비던 자동화 시스템, 직원이 원하는 물건을 정확히 이송해주는 로봇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배전솔루션부 생산기술과 관계자는 "창고 내 층간 이동은 자동화 수직 이송 시스템, 생산라인 이송은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이 담당한다"며 "완제품도 자동화 창고 랙에 보관되다가 고객 주문에 맞춰 박스 단위로 분류 후 출하된다"고 했다. 이어 "덕분에 생산~출하까지의 리드타임을 줄이고 고객의 납기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다양한 스마트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이 동시에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AI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시장 수요와 판매 흐름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생산 계획의 정확도를 높여 자재 낭비를 줄이는 한편 생산 효율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과거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고전압 시험과 외관 검사까지 자동화되면서 현장 안전성을 높이고 휴먼 에러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청주 배전캠퍼스는 향후 성장 여력이 크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30년까지 중저압차단기 제품의 연간 1300만대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설비종합효율(OEE)을 글로벌 9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 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의 성장으로 배전기기 수요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청주 배전캠퍼스의 역할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며 "단순한 신공장을 넘어 배전기기 생산 전 과정을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운영으로 고도화한 차세대 제조 플랫폼이자, 회사 배전 사업의 경쟁력을 근원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