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풍토병화)이 다가오면서 다양한 변이에 대응하는 국산 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글로벌 치료제 추가 승인… 한국 백신·치료제는 언제?
② 식어버린 열기… 국산 백신 개발 성공할까
③ “새 변이 대응, 업데이트 백신·치료제 필요”


2년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정점을 힘겹게 넘었다. 일상회복의 길목에서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이후 새 변이 출현과 재유행을 경고했다. 다양한 변이에 대응하는 국산 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화이자·머크, 국내 시장 점령한 외산 치료제


화이자 ‘팍스로비드’, 머크앤드컴퍼니(MSD) ‘라게브리오’ 등 글로벌 제약사의 경구용(먹는)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치료제 개발 동력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산 먹는 치료제에 대한 경쟁력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치료제를 제치고 시장성을 확보하기에 시기가 늦었고 경쟁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다. 

임상의 어려움도 원인으로 꼽힌다. 백신 접종률 증가와 치명률 감소 등의 영향으로 임상 시험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치료제 수요가 급증하자 지난 3월 라게브리오를 처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저하자 대상 치료제 ‘이부실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허가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는 JW중외제약의 ‘악템라’와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있다. 모두 주사형 항체 치료제로, 먹는 치료제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지고 변이 대응에 뒤처진다는 단점이 노출됐다.
글로벌 제약사의 경구용(먹는)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치료제 개발 동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대웅제약

엔데믹 가시화, 치료제 개발 중단 업체 속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은 총 19건이다. 이 중 11건이 신약 시험, 8건이 다른 효과로 허가받은 의약품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약물 재창출 시험이다.

글로벌 제약사 치료제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개발을 자진 중단하거나 임상 계획을 수정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자진 취소했고 대웅제약은 경증 및 중등증 환자 대상 임상 2·3상 시험을 중단하고 중증 치료 임상에만 집중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2월 식약처에 코로나19 중등증 및 중증 환자 60명에 자체 개발 물질 ‘아이발티노스타트’를 투여하는 임상시험 계획을 식약처에 제출했다. 하지만 비임상시험 자료 보완 요청을 받았고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해 계획을 취하키로 했다. 이는 2020년 7월 식약처에서 승인받은 만성 췌장염약 성분 ‘카모스타트’의 임상 2상 시험 계획과는 별개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식약처로부터 비임상시험 자료 중 항바이러스 효과와 항염증 효과를 둘 다 동시에 보여주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이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했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카모스타트 성분으로 임상 2·3상 시험을 앞두고 있던 대웅제약도 경증 및 중등증 환자 대상 국내 임상 시험을 자진 중단했다. 임상 역량을 중증 환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당초 카모스타트 성분을 코로나19 감염 예방,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환자 치료,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 등 세 가지 목적으로 나눠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중 예방 목적으로 진행하던 임상은 이미 중단했고 이번에 경증 및 중등증 치료제 임상도 더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경증 환자에 대한 임상 3상을 준비하는 동안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 등 접종률이 증가했고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증상악화 비율이 줄어 관련 임상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이 개발 중인 먹는 치료제의 임상 2·3상 시험에 박차를 가한다./사진=일동제약

“끝까지 간다”… 일동제약·종근당은 치료제 개발 지속

임상 중단이 아닌 임상 설계를 수정하거나 기존 개발 계획을 밀어붙이는 곳도 있다. 현재 국내 업체 중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서있는 일동제약은 개발 중인 먹는 치료제의 임상 2·3상 시험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S-217622’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2상과 3상을 승인받았으며 올해 1월 국내 환자 대상 투약이 시작됐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는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과 상용화 추진 등 신약개발 과제 진행에 역량을 집중해 더 많은 가시적 성과를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종근당은 만성 췌장염약 성분 ‘나파모스타트’(제품명 나파벨탄주)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식약처에서 조건부 허가를 획득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국내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임상 3상을 이어가고 있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쓰던 항바이러스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피라맥스의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영국의약품규제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대원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제넨셀, 현대바이오 등도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업계는 새 변이의 출현과 재유행을 대비해 앞으로도 치료제 시장성은 여전히 있을 것으로 입을 모은다. 유행이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이란 전제에서 글로벌 제약사의 치료제가 고가인 만큼 후발주자라도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