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8개 경제단체는 전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국민연급법상 검토·심의기구인 수탁위에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상위법의 위임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예외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수탁위가 판단하도록 하는 현행 지침상의 대표소송 결정 구조도 위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법과 정관 위반으로 손해를 끼친 경우 국민연금과 같은 주주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대표소송의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주주제안 역할과 기금운용본부의 대표소송을 모두 수탁위에 넘기겠다는 내용이다.
경제계 의뢰로 법률 자문을 수행한 조현덕 김앤장 변호사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국민의 신탁재산으로 주식을 취득해 국내 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은 사기업 경영에 개입·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헌법 제126조의 취지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헌법 제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 경제상 필요에 따라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경영을 통제·관리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경제계는 국민연금이 수탁위에 대표소송을 위임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세계 3대 공적 연기금이 권한과 책임의 일치를 회피하고 있다”며 “대표소송 패소로 기업과 주주에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피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의 위법성에 관한 이번 법률 자문 결과를 토대로 향후 지침 개정 논의를 지켜보면서 지침의 전면 개정 요구, 공익감사 청구를 비롯한 법적 대응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은 국내 시가총액의 6%를 넘을 정도로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국민연금이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기업 통제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