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 국민 노후 자금도 앗아간 크래프톤
② 국민연금은 어떻게 크래프톤에 투자하게 됐나
③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지금은?
① 국민 노후 자금도 앗아간 크래프톤
② 국민연금은 어떻게 크래프톤에 투자하게 됐나
③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지금은?
크래프톤이 신작 부진 등 영향으로 흔들리자 투자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크래프톤이 코스피에 상장된 후 공격적으로 지분을 늘렸지만 주가 폭락에 손실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150조원가량 운영하는 국민연금에게는 크래프톤 주식 평가 손실이 부담되지 않을 수 있지만 크래프톤 주주들 사이에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당분간 주가 반등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최근 국민연금이 보유한 크래프톤 주식 일부를 매도해 손절매(가격 하락을 예상해 손해를 감수하고 처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주가 반토막' 크래프톤 손절?
국민연금은 크래프톤이 지난해 8월 코스피에 상장된 이후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다. 크래프톤은 당시 게임 대장주로 불리며 공모가가 49만8000원으로 책정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23일 248만주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10월20일, 11월17일 추가 매수에 나서 총 348만주(지분율 7.11%)를 사들였다. 매수일 종가(1주당 평균 매입가 약 50만8000원)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약 1조77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크래프톤 주가는 오르는 듯 하다가 지속적인 하락을 시작했고, 올해 초부터는 주가 하락에 가속이 붙었다. 지난 2월 14일 주가는 장중 24만8500원을 기록하며 상장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11월 17일 56만7000원과 비교하면 주가는 반값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반등하는 듯 했으나 오래 못 가 주저 앉으며 최고가 대비 반토막 주가는 반등 기미마저 사라졌다.
국민연금의 크래프톤 평가손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당초 2조원에 가까운 국민 노후 자금을 크래프톤 주식 매수에 쏟아부었지만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손실 규모가 8000억원을 넘겼다. 주가 반등 기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국민연금이 손절매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보유 물량 중 1/7은 팔아 치웠는데, 손절매가 실현되면 주가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공단 크래프톤 매매 일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월 13일 크래프톤 주식 52만주를 매도해 지분율(기존 7.11%)을 6.05%로 낮췄다. 주가가 폭락한 상황 속에 매도해 확정된 손실액은 800억원(매도일 종가 34만6500원 기준)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매도 물량은 국민연금이 최근 6개월 동안 주요 게임사 주식을 판 규모 중에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지분을 매입할 당시만 해도 크래프톤은 가장 유망한 게임사 중에 한 곳으로 꼽혔다. 대표작 배틀그라운드를 내세워 세계 무대서 괄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8월 신규 상장한 후 코스피200에 특례로 편입됐다. 국민연금은 벤치마크(기관투자가가 목표 수익률을 정할 때 추종하는 표본 지수)에 따라 종목들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만큼 크래프톤 지분을 매수한 셈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무리한 투자는 지양하는 편"이라면서 "지수 편입 종목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크래프톤 주가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휘청이면서 국민 노후 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의 명성에 흠집이 나게 됐다.
지나치게 높았던 공모가?… 주가 반등 가능성도 희박
크래프톤은 지난해 상장 전부터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증권신고서를 접수 받은 금융감독원이 공모가 산정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야심차게 선보인 배틀로얄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도 시장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이에 주가가 하염없이 떨어지면서 기업가치에 대한 신뢰도마저 추락했다.
크래프톤 주가가 당분간 반등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올해 상반기에 신작 등 기대작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 주가를 견인할 모멘텀도 없기 때문이다. 강석오 흥국증권 연구원은 "많은 게임들이 배틀로얄에 좀비, 캐주얼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융합시켜 차별화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지금 시점부터는 신규 유저 유입이 제한돼 해당 장르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래프톤가 주가 상승에 성공하지 못 할 경우에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크래프톤 주식 약 300만주가 주식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기업의 컨센서스(시장 기대치) 하락 등의 요인으로 (국민연금이 크래프톤 주식을) 지난 1월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가 매도 역시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개별 주식 매도 계획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추가 매도·매수 여부는 시장 상황에 따른 판단이 될 것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 전략은)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