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전경/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기사 게재 순서
① 주가 폭락으로 국민연금 큰 손실
② 국민연금은 어떻게 크래프톤에 투자하게 됐나
③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지금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는 내재가치가 우량한 종목을 발굴해 장기투자하는 것을 지향한다. 직접투자의 경우에는 사전에 투자 가능 종목을 발굴해 범위를 정하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원칙 하에 투자에 나서도 투자수익률이 언제나 플러스(+)를 기록하지는 못한다. 주식시장을 둘러싼 투자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투자 주체인 국민연금 기금 운영본부(이하 연기금)가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단 3개 종목을 제외하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국제 정세 불안 등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크래프톤 주식 1조원 넘게 순매수…왜?

지난해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매수한 주식 중 하나가 게임회사 크래프톤이다. 투자 금액이 2조원에 달하지만 주가 급락으로 현재 주가는 매수 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국민연금 투자 성향상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어 매수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크래프톤은 상장 당시에 공모가 거품 논란이 불거지는 등 회사 내외부에 잡음이 많았다. 지난해 8월 주식시장에 입성한 크래프톤의 공모가는 희망 범위 최상단인 49만8000원이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이 일어 금융당국에 제출된 증권 신고서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월트디즈니 등의 주가를 고려해 공모가를 산정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크래프톤은 개발자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경우 상장 후 개발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퇴사 하는 경우가 있어 사업지속성이 의문시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직원들은 잦은 야근과 빈약한 복지 등에 대해 불만을 회사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크래프톤은 주52시간 근무제 위반 의혹을 휩싸이기도 했는데, 2019년 연장근로 제한 및 보상과 관련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두 차례 시정 지시를 받아야 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불거졌었다.

국민연금이 회사 내외부적으로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난 크래프톤 주식을 매수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해 국민연금의 투자 배경으로는 신작 '뉴스테이트'가 향후 매출을 견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꼽힌다. 국내 주식 직접 운용에서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로 삼는 코스피 200 지수 내 비중을 맞추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국민연금은 2002년 벤처투자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투자 성향 때문에 고위험·고수익의 투자는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신생 기업)'이 증가하고 소위 '대박' 투자 사례가 잇따르자 크래프톤 같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린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크래프톤 투자 이유에 대해서 "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개별 종목 투자에 대한 이유는 답변이 어렵다"면서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자고 시장 자체에 투자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벤치마크에 포함되는 종목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부진한 주가 흐름 지속…증권사 전망도 '부정적'

크래프톤 역삼 오피스/사진제공=크래프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증권사들이 제시한 상장사 목표주가 변동 내역을 집계한 결과, 목표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종목으로 크래프톤이 꼽혔다. 지난해 말 크래프톤 목표주가는 64만5000원이었지만 최근 넉달 새 평균 목표주가가 40% 가까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선 크래프톤 주가는 올해 들어 낙폭을 확대했다. 크래프톤 주가의 하향세는 지난해 11월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의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장병규 의장이 지난달 수 백억원 규모의 크래프톤 주식을 매수하는 등 주가 부양 의지를 보이기도 했지만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주가는 고점 대비 절반 아래로 떨어져 투자자들의 근심만 깊어진다. 이미 8000억원 넘는 손해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는 국민연금의 투자 손실 확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의 게임 산업 규제로 크래프톤의 야심작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단일 지식재산권(IP)에 기대고 있는 사업 구조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진한 주가 흐름 속에 증권사들의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DB금융투자는 크래프톤에 대해 "아직은 관망해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는 기존 35만원에서 31만원으로 낮췄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1분기 예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5130억원, 영업이익은 31% 감소한 1570억원"이라며 "성과급 안분 기준 변경,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광고 집행에 따른 인건비·마케팅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수익성은 저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크래프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컨센서스(투자업계 평균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본다. 올해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봤던 '뉴 스테이트 모바일'이 부진한 것을 이유로 꼽았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한다"면서 "2022년 실적 성장 동력인 뉴스테이트가 초기 흥행에 실패한 이상 실제 성과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북미 자회사 언노운 월즈의 '프로젝트M', 독립 법인 스트라이킹 디스턴스에서 개발 중인 '칼리스토 프로토콜' 모두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며 "모멘텀 회복 시점 역시 하반기에 집중된 만큼 올 상반기 실적 성장은 더딜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