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한국 경제가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설비투자 등 부진에도 수출 증가 덕분에 전분기대비 0.7% 성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2분기 수출 개선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민간 소비가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한국은행은 매 분기 평균 0.6~0.7%만 성장해도 연 3%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선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7분기 연속 성장세 이어갔지만 수출 나홀로 성장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와 비교해 0.7% 성장했다.앞서 GDP 성장률은 2020년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그해 1분기 마이너스(-)1.3%, 2분기 -3.2%를 기록하다가 3분기 2.2%, 4분기 1.1%로 플러스(+)대로 돌아섰다.
이후 2021년 1분기 1.7%, 2분기 0.8%, 3분기 0.3%, 4분기 1.2%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 0.7%까지 7분기 연속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와 1.2%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폭은 축소됐지만 시장에선 0.6% 안팎의 성장을 예상했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전망치를 소폭 상회한 것이다.
올 1분기 GDP 성장은 수출이 견인했다.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26일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속보) 설명회에서 "1분기 GDP가 단순 수치로는 조사국 전망보다 잘 나왔는데 순수출 영향이 컸다"며 "산술적으로 계산해 매분기 평균 0.6~0.7% 속도로 성장하면 연간 3%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를 내다봤다. 올 상반기에는 2.8%, 하반기에는 3.1%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1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률 기여도는 1.4%포인트로 전분기(0.3%포인트) 보다 1.1%포인트나 뛰었다. 반면 건설투자, 설비투자의 기여도는 각각 0.4%포인트, 정부투자가 0.6%포인트로 떨어졌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의 기여도도 각각 0.2%포인트로 뒷걸음질 쳤다. 수출이 성장률을 끌어 올렸지만 투자와 소비가 성장률을 갉아먹은 셈이다.
부문별로 보면 수출은 반도체,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기대비 4.1%, 수입은 원유 등이 늘면서 0.7% 증가했다. 반면 건설투자는 2.4%, 설비투자는 4.0% 감소했다.
민간소비도 0.5% 줄며 위축됐다. 지난해 4분기 전기대비 1.6% 늘었던 민간소비는 올 1분기 0.5% 감소하며 1분기 만에 마이너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2020년 4분기(-1.3%)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앞서 민간소비는 2020년 4분기 -1.3%, 2021년 1분기 1.2%, 2분기 3.6%로 증가세를 이어가다 3분기 -0.2%를 나타낸 이후 4분기 1.6%에서 올 1분기에는 -0.5%로 돌아선 것이다. 의류와 신발 준내구재와 음식숙박, 오락문화, 운수 등 야외활동과 관련된 서비스가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이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앞으로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황 국장은 "이달 음식, 숙박, 오락, 운수 등 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가 늘고 있다"며 "이동성 지수도 증가하고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2분기 수출 부진 우려"… 금리 인상으로 소비까지 위축될까
이러한 한은의 기대에도 일각에선 연 3.0%의 경제성장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4%대의 높은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금융비용이 증가한 대출자들은 소비를 줄이게 되고 이는 내수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다음달 3~4일(현지시간) 열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회의도 변수다. 이 연준은 한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서 나아가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까지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수입물가도 올라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다음달 경제성장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IMF는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4.4%에서 최근 3.6%로 낮추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반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며 "올 1분기에는 오미크론 등에 의한 소비 악화에도 수출 호조로 경제성장률이 이만큼 나왔지만 앞으로 수출 부진이 예상되고 투자 등이 상당히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도 물가 상승에 의한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 커지고 있어 이는 추가적인 경기부진 요인"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은 어렵고 대규모 재정 투입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교역조건 악화로 전기대비 0.6% 증가하면서 GDP 성장률(0.7%)을 밑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1% 증가했다.
실질 국내총소득은 실질 국내총생산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을 감안한 것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