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시장이 확대되면서 탑머티리얼의 성장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차세대 양극재 시장을 선점해 이차전지 통합 솔루션 파트너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최근 탑머티리얼 이천 본사에서 만난 노환진 대표는 회사의 경영 비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30년 경력의 이차전지 전문가 노 대표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사업을 개척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최근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인한 수혜를 톡톡히 누리며 차세대 전지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년 새 영업이익 두 배 뛴 탑머티리얼, 올해 전망도 '맑음'
2012년 설립된 탑머티리얼은 이차전지 업체의 생산라인을 컨설팅하고 턴키(Turn-Key)로 공급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사업을 개척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있으며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확보해 회사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전극 소재를 제조해 유럽과 미국의 배터리 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지난해 연결기준 탑머티리얼의 매출은 630억원으로 전년(319억원) 대비 약 9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억원에서 118억원으로 114.2%가량 늘었다. 호실적 배경에 대해 노 대표는 "그동안 진행된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고객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수주량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며 "해외 고객들을 대상으로 독점적인 위치에서 수의계약을 진행해 이익률을 높게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탑머티리얼은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전체 공정에 대한 일괄 공정라인을 제공한다. 건물 형태에 맞춰 공장 레이아웃을 설계하고 배터리 기종(각형, 파우치형, 원통형)과 소재(양극재, 음극재) 등에 따라 전체 공정을 구축한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믹싱, 전극, 조립, 화성, 보조장비, 드라이룸 등의 장비를 일괄 공급하고 설치 이후 시운전과 고객사 교육도 제공한다.
노 대표는 "해외 고객사가 탑머티리얼을 찾는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대일 맞춤형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쌓은 다양한 레퍼런스를 통해 중요 사업 포인트를 알고 있고 고객사의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게 탑머티리얼의 경쟁력"이라고 소개했다.
탑머티리얼은 올해 두 달 만에 지난해 전체 매출에 해당하는 계약을 성사시켜 한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지난 1월30일엔 베트남 빈이에스(VinES)로부터 174억원 규모의 각형 셀 파일럿 생산라인을, 지난 2월13일엔 아워넥스트에너지(Our Next Energy)와 433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96.2%에 해당하는 규모다.
위기를 기회로… 신속한 다각화 비결은 '기술력'
서울대학교에서 전기화학 박사 과정을 밟은 노환진 대표는 삼성SDI 1세대 개발자다. 그는 삼성SDI에서 개발팀장으로 국내 최초 휴대전화용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했다. 이후 미국 이차전지 제조기업인 A123시스템에서 기술 총괄 부사장으로 세계 최초 전기차용 리튬인산철 배터리(LFP) 개발을 주도했다. 또 2009년 미국 최초 기가 팩토리 건설을 총괄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과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갖춘 노 대표도 탑머티리얼 설립 초기엔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탑머티리얼은 고성능 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해 고부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 배터리와의 경쟁과 소량 생산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생산을 중단했다. 2012년 설립 이후 4년간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노 대표는 뜻밖의 곳에서 기회를 찾았다. 2016년 해외 고객사가 배터리 공장 설립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는 "회사가 굉장히 어려웠던 시절 중국 고객 하나가 공장 설립을 함께하자고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며 "처음에는 일종의 아르바이트처럼 시작했는데 그 이후 '이것도 사업이 되는구나' 싶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과거 배터리를 생산한 경험은 노 대표가 시스템 엔지니어링 사업을 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이미 축적한 노하우로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고 사업 초기에 발생하는 문제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연이어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수주했는데 이때 노 대표가 과거 배터리 전문기업인 A123시스템즈에서 쌓은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
노 대표는 "탑머티리얼의 창립 멤버들은 2011년 A123시스템즈에서 근무할 당시 미국 최초의 인산철 전지 생산 기가팩토리를 성공적으로 건설한 주역"이라며 "이들과 수년간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쌓은 고객 신뢰가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탑머티리얼은 설비 공급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과 협업하며 상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세분화된 배터리 제조 공정 탓에 한 기계 업체에서 모든 설비를 공급할 수 없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보통 배터리 공장 하나를 짓기 위해 일곱 개 업체가 참여하는데 이들 기업은 전부 국내 업체로 탑머티리얼이 해당 기업들의 해외 판매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소재 시장 공략 박차
노환진 대표는 전극 제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A123시스템즈에서 LFP 전극 개발에 성공한 연구진들과 고성능 전극을 제조하고 있다. 91억원을 투자한 아산 제2공장은 지난해부터 전극 생산에 돌입했으며 올해부터 추가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노 대표는 "배터리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수율이고 이를 높이기 위해선 전극 통제가 중요하다"며 "특히 전극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는데 탑머티리얼이 제일 잘하는 기술 중 하나가 전극이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산 제2공장에 대해선 "그동안 전극은 배터리 회사가 직접 생산해왔으나 파운드리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빛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표는 차세대 양극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양극재 시장은 하이니켈계가 주도하고 있으나 높은 원자재 단가, 중국산 전구체 의존도 증가, 공정 중 유해 물질 배출 등이 문제로 지목됐다. 탑머티리얼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하고 화제 우려가 적은 하이망간계 양극재 개발을 진행 중이다.
노 대표는 "에코프로와 포스코 등 거대한 기업들이 하이니켈계 양극제 사업에 뛰어들어 탑머티리얼은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하이망간계는 짧은 수명과 가스 발생 등으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으나 기술적 문제를 극복한다면 큰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하이망간계 양극재로 LMNO와 LMRO를 개발하고 있으며 LMNO는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탑머티리얼의 강점은 추진 중인 세 가지 사업의 고객이 모두 같다는 점이다. 탑머티리얼은 글로벌 고객사에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해주고 이를 소재 사업으로 확장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노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역량을 통해 높은 성장성과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세계적인 배터리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