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 4대 금융지주 지배구조 칼날 속… 사외이사 75% 물갈이
② 키움은행 나오나… 외환위기 때 실패 맛본 경쟁체제, 다시 한다고?
③ 행동주의에 치이고 노조 사외이사 추천까지… 주주제안 골머리
① 4대 금융지주 지배구조 칼날 속… 사외이사 75% 물갈이
② 키움은행 나오나… 외환위기 때 실패 맛본 경쟁체제, 다시 한다고?
③ 행동주의에 치이고 노조 사외이사 추천까지… 주주제안 골머리
최근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배당 확대, 이사·감사 선임, 이사회 정원 변경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에 나서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힘 세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의 타깃은?
행동주의 펀드란 사모 헤지펀드의 일종으로 10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로부터 거액을 모아 고수익을 노리는 금융투자상품이다. 이 펀드는 상장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기업 내 주요 주주가 된 후 기업이 주식 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익을 창출한다. 수익 창출 방법으로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등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주주 행동주의'를 채택해 '행동주의 펀드'라 부르게 됐다.올들어 가장 주목받는 행동주의 펀드는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전을 촉발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다. 얼라인은 지난해부터 SM과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의 부당 계약 문제를 지적하며 감사 선임과 경영진 퇴진을 요구해왔다.
올 초 얼라인은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7대 금융지주에도 합리적인 자본배치정책 및 주주환원정책 도입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공개서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 은행의 숙원 사업인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통주 현금배당 ▲2023 회계연도부터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한 총 주주환원율을 당기순이익의 최소 50%로 하는 중기 주주환원 정책 도입 ▲(중기 주주환원 정책 미도입 시) 연결 기준 지배주주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배당 등 배당 관련 정관 조항이 주된 내용이다.
이후 5곳(KB·신한·하나·우리·DGB)에 대해서는 최근 발표된 주주환원 정책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JB금융지주에 대해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며 주주제안에 나섰다. 얼라인은 JB금융지주에 중기 자본배치정책 및 주주환원정책 도입 및 주주환원율 제고를 위한 2차 공개서한까지 발송한 상태다.
얼라인 측은 "JB금융을 제외한 6개 은행지주는 당사가 수용 가능한 수준의 자본배치정책 및 주주환원정책 발표했다"며 "JB금융 이사회가 3월9일까지 경영 상황과 주주 관점에서 모두 합리적인 정책을 재발표하도록 요청한다"고 밝혔다.
"경영진 바꾸고 배당 늘려" 목소리 커진 노조·소액주주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세진 분위기 속 소액주주들은 물론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의 주주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상장사를 상대로 한 주주 행동이 강해지는 가운데 소액주주들도 주주제안에 나서는가 하면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주주 행동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현재 상법상 의결권이 있는 지분 3% 이상을 확보하거나 상장사의 경우 주식 1% 이상(자본금 1000억원 이상은 0.5%, 금융회사는 0.1%)을 6개월 전부터 계속 보유한 자에게 주주제안 자격을 부여한다.
현재 소액주주 연대가 주주제안을 한 기업은 ▲DB하이텍 ▲사조산업 ▲알테오젠 ▲오스코텍 ▲이수화학 등이다. 소액주주들은 이들 기업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감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DB하이텍이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보통주 1주당 2417원의 현금배당 결의를 요청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지난 2월14일 제출했다. 아울러 한승엽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분리 선출)로 선임 요청하면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이외에도 알테오젠 소액주주연대 역시 주주가치 제고 대책 마련, 주주들이 원하는 감사 선임 등 주주제안을 회사 측에 전달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 도입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 이사회 독립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 노조는 매년 3월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있는데 올해도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 제안서를 이사회 사무국에 제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투자 대상 기업의 주가 상승과 한국 증시 재평가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급부상한 가장 큰 이유는 소액주주 여대가 가능한 상황과 규제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실제 행동주의 펀드와의 면담을 통해 3% 룰(감사위원 중 1인 이상 분리선출 의무화)과 사모펀드법 개정으로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았다는 점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기업집단, 총수를 중심으로 사익편취 등 터널링, 부의 승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했던 주요 원인이었다"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확산은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건전한 견제, 감시 기능을 활성화해 장기적으로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인 배당 확대의 경우 오히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행동주의가 단기 이익을 위해 기업을 공격하거나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등 기업 경영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가 많이 요구하는 사항 중 하나는 배당 확대인데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투자가 줄어 성장 잠재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며 "여러 가지 비판을 피해 가려면 기업 지배구조개선 등 피투자 기업에 대한 가치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