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금 청구권 보호를 위해 보험상품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 개선에 나선다. 치매보험에만 주로 적용되던 제도를 암·뇌·심혈관 보험 등 중증 질병 보험으로 확대하고 대리청구인 지정 절차도 간소화한다.
금감원은 29일 이 같은 내용의 보험상품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는 보험 가입자가 치매 등으로 보험 가입 사실을 잊거나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배우자나 자녀 등이 대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치매보험을 중심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치매보험 가입자에게 치매가 발병하면 보험 가입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해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보험금이 치료비 등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대리청구인을 지정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제도는 특정인을 대리청구인으로 지정하는 '기명 대리청구인' 방식만 운영됐다. 이 경우 대리청구인의 개인정보 동의가 필요하고 신청서, 신분증, 가족관계서류 등 관련 절차도 뒤따랐다. 이 같은 번거로움으로 대리청구인 지정률은 2021년 26.0%에서 올해 1분기 23.1%로 하락했다.
금감원은 우선 '무기명 대리청구인' 제도를 새로 도입한다. 무기명 대리청구인은 특정인을 미리 정하지 않고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등 일정 범위의 가족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특정인을 지명하지 않기 때문에 대리청구인의 개인정보 동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무기명 대리청구인은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 한정된다. 보험금도 대리청구인 계좌가 아닌 수익자, 즉 계약자 계좌로 입금된다. 계약자가 거동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기존 '거동불가 예금주 제도'를 활용해 계약자 계좌에서 병원 등으로 치료비를 이체할 수 있다.
기명 대리청구인 지정 절차도 간소화된다. 그동안 일부 보험회사는 대리청구인에게 성명과 연락처뿐 아니라 보험가입내역 조회 등 다소 많은 정보에 대한 동의를 요구했다. 앞으로는 이름, 연락처, 식별번호, 계약자와의 관계 등 최소한의 정보만 요구하도록 개인정보 동의서가 통일된다.
적용 대상 보험상품도 넓어진다. 현재는 치매보험에 한해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표적인 중증 질병인 암·뇌·심혈관 관련 보험상품에도 제도가 적용된다. 치매 외 질병으로 의사소통이나 거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보험금 청구가 막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신규 계약의 경우 보험회사는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 개선 사항을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 치매보험 가입자 등도 개선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험회사가 알림톡 등을 통해 안내할 계획이다. 다만 보험회사별 도입 일정은 다를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은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라며 "치매보험 등에 가입한 소비자는 보험가입에 따른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대리청구인을 지정하고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지정 사실을 미리 알려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