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재현(43세, 가명)씨는 지난해 10월 4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혼합형) 연 5.7%에 빌렸다. 당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로 올리면서 주담대 변동금리가 연 8%에 달하자 금리가 오를 것을 우려해 고정금리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주담대 고정금리는 이달 4%대 초반까지 내려왔고 박 씨는 신규 대출자보다 월 이자를 150만원 이상 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박 씨는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을 대비해 고정금리를 선택한 게 실수"라며 "대출을 갈아타려고 했더니 중도상환수수료가 500만원에 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리인상기에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2.50%에서 3%로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자 변동금리 상승을 우려해 고정금리를 선택한 이들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지난 2일 기준 4.41∼6.32%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말 5.35~7.431% 대비 최고 금리는 1.11%포인트 내렸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같은 기간 5.18∼7.449%에서 4.92∼6.39%까지 하락했다.
당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고정금리 대출에 몰리면서 지난해 10월 한달간 혼합형 (3년 또는 5년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는 1조4353억원에 달했다. 변동형 대출 6721억원보다 2배 많은 규모다.
1월 코픽스 3%대 하락… '이자 장사' 지적에 대출금리 하락세
대출금리가 내려간 이유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3%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지난해 12월(4.29%)보다 0.47%포인트 하락했다.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면서 한때 5% 선을 뚫었던 은행권 예금금리가 3%대로 내려오자 코픽스 역시 대폭 떨어졌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이 고금리에 따른 은행권의 '돈 잔치'를 지적하는 등 은행의 상생 금융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대출금리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금리 인하 폭을 조금 더 넓혔다"면서 "변동형과 고정형 주담대 금리차가 줄어든 데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금리가 최고점에 근접했다는 '금리 정점론'까지 나와 금리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주담대는 대출 기간이 비교적 길기 때문에 장기적인 금리 하락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여전히 금리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결정한 후 "지난해 4월 이후 금통위 회의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이번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대출을 알아보는 차주들은 대출 갈아타기 부담이 없는 정책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대 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 특례 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를 통합한 상품으로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특례 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4.25~4.55%(일반형)와 연 4.15~4.45%(우대형)로 책정됐다. 우대형의 경우 각종 우대금리를 최대 한도(0.9%포인트)까지 적용받으면 연 3.25~3.55% 금리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