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1개월이 지난 가운데 코스피 변동성이 심화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와 상장지수펀드(ETF) 수급을 끌어당기며 주식과 지수 전체에 영향을 주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 더 독'(Wag the Dog)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29일 코스피는 청와대발 호재로 오후 들어 극적인 V자 반등에 성공했으나 장중 변동성지수(VKOSPI)가 97.99까지 치솟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29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지난 5월27일 이후 6월26일까지 1개월간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ETF 순자금유입 상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개월간 순자금 유입 상위 5개 중 3개 종목이 단일종목 레버리지였는데 ▲2위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3조28억원 ▲3위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2조2894억원 ▲4위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2조10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순매수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상위 5개 중 4개가 단일종목 레버리지였다. ▲1위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3조4347억원 ▲2위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2조7914억원 ▲3위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2조7914억원 ▲5위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1조7159억원이었다.
이 기간 8개 자산운용사의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6종의 개인 순매수 총액 합계는 11조745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단일종목은 4조4456억원이었으며 SK하이닉스 단일종목은 6조6289억원이었다.
투자자들이 기존 ETF에서 자금을 빼서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이동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같은 기간 TIGER 반도체TOP10에서는 1조8515억원이 이탈했으며 KODEX 반도체에서는 8170억원이 순유출됐다. KODEX 200에서도 1조1274억원이 빠졌다.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기존 ETF에서 이탈해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ODEX 반도체나 TIGER 반도체TOP10 등 기존 반도체 업종 바스켓 ETF에서 강도 높은 순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ETF 시장 내에서도 업종 전반에 대한 분산투자보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레버리지 투자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일종목 '꼬리'가 코스피 '몸통' 흔들어…높은 '삼전닉스' 비중에 레버리지 구조가 변동성 확대 결과로
문제는 ETF가 지수를 흔드는 '왝 더 독'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이후 한 달간 코스피에서는 사이드카 발동이 급격히 늘어났고 서킷브레이커까지 터졌다. 특히 서킷브레이커는 지난 23일과 26일 한 주에만 두 차례 발동됐는데 한 주에 2회 발동은 최초였다.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코스피 지수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봤다. 29일 코스피 변동성을 의미하는 VKOSPI(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장중 97.99를 찍으며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썼다. 이 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은 변동성 확대를 예측하는 투자자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피에서 '삼전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이 기초자산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박우열 신한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1개월간 레버리지는 일평균 10조원가량 거래되며 지수 변동성을 심화시켰다"며 "레버리지 상장 전 VKOSPI는 평균 53이었으나 지난 5월27일 이후 VKOSPI는 81을 돌파했고 지난 9일에는 91.2를 넘기며 2008년 금융위기를 넘어 역사적 신고점을 새로 썼다"고 했다.
한국 증시 규모 대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두 회사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레버리지의 변동성이 코스피 전체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6일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 SK하이닉스의 시총 합계는 4066조7880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대비 60.63%에 달했다.
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수백개의 단일종목 상품이 거래되고 있지만 시총 1위 엔비디아라 해도 비중은 8%에 불과하다"며 "반면 삼전닉스의 비중은 코스피200 대비 65%에 달하기 때문에 단일종목의 변동성 확대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숏 감마'의 역습…하락을 증폭하는 기계적 매도
상품의 구조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레버리지 상품은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리밸런싱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래대금 규모가 커지며 기초자산 변동성도 확대된다는 것이다. 이를 투자업계에서는 '숏 감마'(Short Gamma)라고 부른다. 숏 감마란 주가가 떨어질 때는 더 팔아야 하고 오를 때는 더 사야만 하는 '기계적 족쇄'다. 이 때문에 오늘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다.신 연구원은 "예를 들어 지난 9일 삼성전자가 9% 상승했을 때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거래 대금 비중은 12.3%에 달했고 같은 날 15.9% 오른 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거래대금 비중은 19.4%까지 커졌다"며 "기초자산인 두 종목의 주가 변동이 클수록 2배 추종이라는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한 매수 및 매도 수요도 확대되는데 이는 다시 주가 변동을 확대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고 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기초자산인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나아가 코스피 지수까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는 "그간 가파른 주가 상승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영향으로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코스피 지수 전체의 변동성 또한 더욱 거세지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 관측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추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2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규모가 14조원을 돌파했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라는 꼬리가 증시라는 몸통을 흔들고 있고 부작용이 너무 커져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와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