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부채 평가 기준을 손질한다. 보험회사가 손해율과 사업비 등 계리가정을 낙관적으로 적용해 보험부채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사무실./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평가 기준을 손질한다. 보험회사가 손해율과 사업비 등 계리가정을 낙관적으로 적용해 보험부채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9일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지난 1월 발표한 '계리감독 선진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보험업계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 이후 결산 시점의 할인율과 손해율, 사업비 등 계리가정을 토대로 보험부채를 산출하고 있다. 다만 계리가정에는 보험사의 미래 전망이 반영되는 만큼 기준이 없으면 부채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우선 신규담보와 비실손 갱신형 보험상품에는 보수적인 손해율 가정을 적용해야 한다. 손해율은 보험료 대비 보험금 비율로 장래 지급할 보험금 규모를 예측하는 기준이다. 손해율을 낮게 잡으면 보험부채도 적게 산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험통계가 5년 이내로 충분히 쌓이지 않은 신규 위험담보에는 보수적 손해율과 상위담보 실적손해율 중 더 큰 값을 적용한다. 비실손 갱신형 담보도 보수적 손해율과 실적손해율 중 큰 값을 목표손해율로 삼는다. 다만 간편고지 유형 등 일부 항목은 업계 준비 기간을 고려해 적용 시점을 12월 말 결산으로 미뤘다.


사업비 가정도 강화된다. 보험사는 사업비 가정에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등을 감안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야 한다. 비용 발생 기간을 자의적으로 줄이거나 조정하지 않고 실제 비용 발생 원인에 맞춰 사업비 현금흐름을 추정해야 한다.

내부통제 기준도 마련됐다. 보험사는 계리가정 산출에 쓰인 경험통계, 산출·보정 방법, 의사결정 체계 등을 문서화하고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계리가정을 바꿀 경우 변경 사유와 내용, 재무적 영향 등을 위험관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보험사의 리스크관리 체계도 정비된다. 금융당국은 K-ICS 요구자본 산출 때 보험사가 자체 개발한 내부모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승인 기준을 마련했다. 내부모형을 적용하려면 사업계획, 상품개발, 자산부채관리(ALM), 자본관리 등 주요 의사결정에 실제 활용해야 한다. 또 회사 리스크 특성에 맞게 모형이 설계됐는지, 산출 결과를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체계를 갖췄는지도 심사한다.

자체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체제(ORSA)도 사실상 의무화된다. 앞으로 수입보험료 5000억원 이하 소형 보험사와 외국 보험사 국내지점 등을 제외한 국내 영업 보험회사는 원칙적으로 ORSA를 실시해야 한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ORSA 운영과 평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이를 위험관리 목표와 사업계획 등에 반영해야 한다.

이번 개정 사항은 올해 6월 말 결산부터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일부 사항은 보험업계 준비 기간을 고려해 12월 말 결산부터 적용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보험부채 평가의 핵심 요소인 계리가정의 중립성과 보수성, 비교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계리가정 선진화와 리스크관리 체계 강화가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이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