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세계 엔테테인먼트 시장으로 진출하려던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 법원이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손을 들어줘 SM 지분 9.05%를 확보하려던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직접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지만 하이브의 지분을 넘어서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해 고심이 깊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김유성)는 지난 3일 이수만 전 SM 총괄이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당초 카카오는 SM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의 신주와 CB 인수를 통해 114만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확보해 지분 9.05%를 취득하려고 했다. 가처분 이후 카카오와 SM은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에 대한 계약을 해제하기로 했다.
카카오의 정보기술(IT) 역량과 SM이 가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세계 엔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법률적으로 이를 뒤집기도 어렵다. SM이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본안소송을 진행할 수 있지만 행정소송 특성상 결과가 바뀌긴 어렵다.
결국 남은 건 '쩐의 전쟁'이다. 하이브는 이 전 SM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획득한 지분 14.8%에 이 전 총괄의 잔여 지분 3.65%, 갤럭시아에스엠이 보유한 지분 0.98%, 공개 매수를 통해 확보한 지분(4주) 등 SM 지분 19.43%를 보유 중이다. 지난 6일 밝힌 공개 매수 결과는 고작 4주에 불과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SM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하이브보다 매수가(주당 12만원)를 높게 불러야 해 공개매수가(13~15만원)에 따라 적게는 9286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게 필요하다.
현재 카카오엔터는 사우디 국부펀드로부터 1차 납입금인 8975억원를 확보했지만 투자 총액 1조2000억원이 모두 들어온다 하더라도 투자금 대부분을 SM에 투입하기엔 출혈이 크다.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남아있어 하이브가 유리하지만은 않다. 하이브와 SM이 결합하면 국내 K팝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공정위가 양사의 기업결합을 불허할 수도 있다.
자산이나 매출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 또는 매출 300억원 이상인 상장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하면 30일 이내에 기업 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신고가 접수되면 30일 이내에 결과를 발표하는데 SM 인수전이 치열한 만큼 최대 120일까지 검토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욘드 코리아'(국내를 넘어 세계로)를 꿈꾸는 카카오에겐 막강한 음악 IP를 보유한 SM은 포기하기 어려운 파트너다. 하이브는 플랫폼 라이벌 네이버와 협력 관계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이사회 회의까지 번복할 정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난 6일 카카오의 SM 경영권 인수를 두고 저녁 긴급 이사회를 열기로 했지만 언론에 해당 사실이 보도되자 급히 일정을 미뤘다. 조만간 다시 이사회를 열고 관련 논의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