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와 경기 둔화로 빚을 갚기 어려운 한계채무자가 올들어 급증하고 있다. 특히 1금융권을 이용하는 고신용자의 연체율도 높아지는 조짐을 보여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더불어민주당·광주동구남구갑)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채무조정 신청자 수는 총 6만3375명이었다. 지난해 채무조정신청자(13만8344명)의 45.8%에 해당하는 수준이 1분기만에 이른 것이다.
채무조정은 빚이 많아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환 기간 연장, 분할상환, 이자율 조정, 상환유예, 채무감면 등 상환 조건을 변경해서 과다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제도다.
최근 신속채무조정을 신청한 대출자가 급증했다. 신속채무조정은 아직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연체가 예상되거나 연체 기간이 30일 이하인 차주에게 10년 이내에서 상환 기간을 연장하거나 최장 3년까지 상환을 유예해 준다. 연체 이자를 감면받을 수 있고 이자를 최고 연 15%(신용카드 10%)로 제한, 보장받을 수 있다.
신속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은 이에 더해 약정 이자를 기존보다 30~50% 낮춰준다.
지난 2020년 신속채무조정 신청자는 7166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2만1996명으로 3배 이상 늘더니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신청자만 1만4465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1만4518명으로 지난해(2만6827명)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연체가 31일 이상 89일 이하 차주는 '프리워크아웃'(이자율 채무조정)이 가능하다. 차주는 연체 이자 감면은 물론, 금융사와 체결했던 약정 금리를 30~70%(최저 3.25%, 최고 8.0%) 낮출 수 있다.
2년간 은행권 지연배상금도 급증
실제로 은행권에서도 빚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들이 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국민의힘·비례대표) 의원에 따르면 2021∼2022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에 부과해 받은 지연배상금 규모는 460억원(670만건)으로 집계됐다.지연배상금은 대출자가 매달 납부해야 할 이자를 내지 못했을 때 은행이 연체 상황에 따라 고객에게 부과하는 배상금이다. 통상 은행은 대출 금리에 3%포인트를 더한 이자율과 15% 중에서 낮은 금리를 적용해 부과한다.
대출 당시 금리나 신용상황에 따라 최대 15%에 달하는 금리를 적용해 지연배상금리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연배상금의 납부건수와 금액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2021~2022년 신용대출 기준 5대 시중은행과 3대 인터넷은행의 1개월 미만 연체에 대한 지연배상 납부 건수는 2021년 139만건에서 2022년 145만건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납부한 총액은 269억에서 377억으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고신용자들이 내는 신용대출 지연배상금도 대폭 증가했다. 중저신용자( NICE 860점, KCB 820점 미만) 지연배상금이 2021년 57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61억7900만원으로 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신용자(NICE 860점, KCB 820점 이상)의 지연배상금 납부액은 13억7000만원에서 18억9800만원으로 38.5% 급증했다.
인터넷은행의 지연배상금도 대폭 늘었다. 인터넷은행 3사의 1개월 미만 지연배상금은 2021년 1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7억7000만원으로 약 6배 증가했다.
인터넷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며 차주 수와 대출액 자체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만큼 연체율이나 지연배상금 증가 등의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지만 지연배상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가계대출의 위험신호이니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의원실의 설명이다.
최승재 의원은 "최근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지연배상금 부과와 납부 규모가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이 연체되면 가산이자가 붙는 것은 당연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지연배상금 납부액이 증가하고 있고 중저신용자의 주택담보대출 지연배상금이 지나치게 많은 점, 인터넷 은행 이용 중저신용자들의 지연배상금 납부액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위험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