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건설업체들이 주택사업 대신 신사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건설'이란 정체성 대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사명까지도 과감히 교체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장시간 터널 갇혔던 '건설 주가' 꿈틀… 모멘텀일까
(2) 100원 벌어 2원 남겼다… 상장 건설업체 '저조한 성적표'
(3) '건설' 간판 버린 건설업체들… 주택사업 일변도 탈피

글로벌 원자잿값 인상과 국내 주택경기 침체에 따라 주요 건설업체들이 한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겼던 주택사업 대신 신사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은 '건설'이란 정체성 대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사명까지도 과감히 교체하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 경기가 좋지 않으면서 주택사업 비중이 큰 업체와 주로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들의 주가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전문 기업 삼성엔지니어링은 올들어 주가가 30%가량 오르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 지난해 12월 말 2만2000원대였던 이 회사 주가는 올 5월 현재 2만8000~2억9000원 선을 오가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2011년 한때 17만원대였으나 2015년 12월 8000원 밑으로 급락한 후 1만원대 박스권에서 4년을 머물렀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크게 회복했으며 지난 4월 한때 3만원을 넘기도 했다.

반면 주택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업체들의 주가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의 5월17일 기준 주가는 지난해 연말 대비 각각 2.4%, 1.0%가량 떨어졌다.

삼성엔지니어링 해외사업 비중↑·수주 기대감까지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사옥. /사진=삼성엔지니어링 제공

삼성엔지니어링은 대규모 플랜트 등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것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한 주요 사업으론 ▲카타르 석유화학 플랜트 ▲말레이시아 가스 플랜트 ▲러시아 석유화학 플랜트 등이 있다. 올해는 신사업 비전을 세워 에너지 그린 솔루션과 수소·탄소 중립 등으로 사업 확대를 꾀하며 추가 주가 기대감도 커진 분위기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엔지니어링은 그린 수소 생산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서의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며 "오만 수소 개발 프로젝트에서 '쇼트 리스트'(최종 후보자 명단)에 올라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들보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눈에 띄게 상승한 점은 주택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국내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다른 기업들이 해외사업 수주를 적게 한다기보다 주택사업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국내 주택사업에 대한 불안감과 손실 등으로 기대만큼 매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 떼는 건설업체들… 전통의 명가 '현대·대우' 사명 안바꾼 이유는

삼성엔지니어링은 32년 만에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 플랜트와 건설 중심의 사업 구조를 친환경 에너지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사명에서 '엔지니어링'을 뗀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외부 컨설팅을 통해 ▲삼성어헤드 ▲삼성퍼스티브 ▲삼성인스파이어 등 총 3개 이름을 새 사명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최근 회사 간판을 바꾸는 건설업체들도 늘고 있다. 3D 업종 이미지가 강한 '건설'이란 이름에서 탈피해 새롭고 친환경 사업을 선도하는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대림산업도 사명을 DL이앤씨로 변경한 후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분양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3년 동안 유지한 'SK건설' 타이틀을 버렸다. 포스코건설 역시 지난 3월 '포스코이앤씨'(POSCO E&C)로 사명을 변경했다.

건설업체들이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이란 이미지가 부정적 측면이 많았기에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명을 변경하는 분위기"라며 "ESG 경영도 부각하면서 건설업체도 '친환경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전통의 건설명가로 꼽히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을 비롯해 GS건설도 이 같은 행렬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사명 변경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경우 이미 해외에선 '대우이앤씨'로 활동하고 있고 회사 CI 변경 자체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름 하나만 바꿔도 전 세계 현장에 있는 간판들을 다 바꿔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위해 사명을 바꾼다고 하지만 오히려 정체성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이란 전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