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 환자별 맞춤의학 오가노이드, 주목하는 국내 기업은
② 모르모트 시대는 끝… 로슈가 오가노이드에 뛰어든 이유
③ "실제 장기처럼"… 구현 만만치 않은 오가노이드, 제도·기술 모두 숙제
① 환자별 맞춤의학 오가노이드, 주목하는 국내 기업은
② 모르모트 시대는 끝… 로슈가 오가노이드에 뛰어든 이유
③ "실제 장기처럼"… 구현 만만치 않은 오가노이드, 제도·기술 모두 숙제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오가노이드에 주목하고 있다. 로슈는 지난 4일 오가노이드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인체 생물학 연구소'(IHB)를 설립했다. IHB에선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인간의 장기가 어떤 기능을 가지는지 질병이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대해 연구한다. 로슈는 이를 신약 개발에 접목할 계획이다. IHB 인력을 4년 내 250명까지 확대하고 의약품 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검증, 전임상 안전성, 유효성 임상까지 인간 오가노이드를 구현하고 활용한다.
로슈는 지난해 매출 규모 전 세계 제약사 가운데 4위다. 특히 연구개발(R&D) 분야에 있어선 전 세계 톱 클래스다. 로슈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R&D 비용인 147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2.7% 증가한 수치다. 연구개발에 적극적인 로슈가 오가노이드 연구를 강화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마티아스 루돌프 IHB 책임자는 "IHB는 앞으로 10년 동안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방법을 재정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오가노이드는 인체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하다는 의미의 접미사 'Oid'가 합쳐진 합성어로 인체 유사 장기를 가리킨다. 인간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장기를 제작하는 만큼 조직의 기능·구조·생리학적 특성을 묘사할 수 있다. 그만큼 인체 조직과 유사할 뿐 아니라 본래 조직의 기능을 재현할 수 있어 질병의 병리학적 연구와 약물 독성평가 등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독성이 강한 항암제처럼 사람에게 투여하기 힘든 약제를 오가노이드에 먼저 적용해 체내 위험성이나 치료 효과를 미리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국 "오가노이드는 첨단전략기술"… 앞서가는 미국·일본
첨단 기술을 향한 각국의 정부는 오가노이드 개발에 힘을 심어주는 분위기다. 한국은 지난 5월26일 제2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첨단 전략기술로 '고품질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를 개발·제조에 적용되는 오가노이드 분화·배양 기술'을 꼽았다.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가노이드를 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한 것이다.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개발에 오가노이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FDA가 동물실험을 의무 대신 제시한 방법은 ▲조직 칩 및 미세생리학적 시스템 ▲컴퓨터 모델링 ▲바이오프린팅(3D프린터를 통해 만든 생체조직·기관) 기반 시험 방법 등이다. 그동안 비임상 시험에선 동물을 활용해 신약의 약동학적 특성을 살폈지만 오가노이드 시험만 진행하더라도 제약사가 임상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일본은 오가노이드 연구에 일찍이 주목했다. 전 세계 최초로 장 오가노이드의 임상 1상 진입에 성공했다. 와타나베 마모루 일본 도쿄의치대 박사가 개발한 장 오가노이드를 인체에 이식하는 시험이다. 연구팀은 염증성장질환 환자에 장 오가노이드를 이식하면 손상된 장이 복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운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오가노이드는 동물 모델보다 인간과 질병 생물학을 더 정확하게 반영함으로써 동물 시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며 "각국의 규제 기관이 오가노이드에 대해 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속도감 있는 연구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가노이드 전환 배경… '동물실험 반대'
오가노이드를 제약사와 규제기관이 눈여겨보는 이유는 동물실험을 향한 비판 여론이 조성된 탓이다. 그동안 동물실험은 인간의 생명 연장과 의약품 개발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국내서 실험에 사용된 동물 수는 약 488만마리로 전년 대비 약 18% 증가했다. 동물실험이 인간의 수명 연장에 기여한 점은 부정할 수 없으나 인간을 위해 동물을 희생시켰다는 점에서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냐는 반대 의견이 이어졌다. 동물실험이 사람에게 100% 일치하지 않은 점도 부각돼 왔다.가장 먼저 변화의 조짐을 보인 건 화장품 분야다. 이미 전 세계 각국은 화장품 개발 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을 시행했다. 유럽연합(EU)은 2013년 3월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수입과 유통, 판매를 금지했다. 미국에선 뉴욕 등 9개주(캘리포니아·버지니아·루이지애나·뉴저지·하와이·네바다·일리노이·메릴랜드)가 동물실험 화장품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
한국은 동물보호와 관련해 환경단체들이 시위를 강화하는 추세다. 동물과 환경, 여성, 법률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연대' 구성원들은 지난 5월30일 국회에 모여 '동물 비물건화' 규정이 담긴 민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다만 오가노이드가 완벽하게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은 분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살아있는 인간의 장기는 신경회로, 혈관 등이 복잡하게 연결되는 만큼 오가노이드가 실제 장기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