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 파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향한 비판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노 위원장은 지난해 이른바 '소쿠리 투표' 사건으로 사퇴한 노정희 전 선관위원장의 후임이다. 지난해 3월 제20대 대선 당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격리자는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고 투표사무원에게 전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바구니나 종이상자, 쇼핑백 등에 넣어 옮기며 부실선거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노정희 전 위원장은 불명예 퇴진했다.
후임으로 취임한 노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이번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를 겪으며 우리 직원들의 자긍심과 사기가 한없이 떨어졌다"며 "그동안 별일 없겠지라는 안일한 관행과 타성에 젖어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겠다"고 밝혔다. 이후 선관위는 '소쿠리 투표' 사태 수습을 위해 쇄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논란이 됐던 확진자용 임시 기표소를 운영하지 않았고 투표지를 넣은 운반 봉투를 선거인이 직접 봉하고 자신이 지정한 사람이 운반함을 투표소로 옮긴 후 봉투째 투표함에 넣도록 했다. 운반함은 전국의 투표소에서 동일한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격화했고 모든 과정을 참관인의 참관하에 진행하도록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조직개편안도 발표했다.
지난 1월 열린 선관위 창설 제60주년 기념식에서 노 위원장은 "지난 대통령선거의 사전투표에 대한 준비 부족과 부실대처는 국민의 기대와 믿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다"며 "이에 우리 선관위는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는 국민의 질책과 비판을 깊이 새기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혁신과 쇄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선거관리 기능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으로 개편했다"며 "자체 특별감사를 통해 뼈를 깎는 아픔으로 조직의 분위기도 쇄신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채용 비리 의혹이 터지며 노 위원장이 강조한 쇄신은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된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사퇴에 이어 선관위도 자체 쇄신안을 내놨지만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수조사를 통해 자녀 특혜 채용에 연루된 간부들이 추가로 드러나며 사태의 심각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선관위가 이미 자정 능력을 잃어버렸다며 노 위원장의 사퇴와 감사원의 감사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일 노 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금 당장 그만두는 것만이 능사인가, 지금 바로 위원장을 사퇴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