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을 상대로 447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잘못된 태도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은 북한의 '가스라이팅'에 넘어가는 일"이라고 밝혔다.
권 장관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가 "남북·북미관계에서 본인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대북 전단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 그때는 남북·북미관계가 경색된 지 1년 가까이가 됐을 때"라며 북한이 자신들 주도의 정세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와 같은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3년 만에 총 447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가 발생하거나 그 사실을 인지한 때로부터 3년이 지나면 사라지는데 16일 만료되는 소멸시효가 도래하기 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소송은 피고인 북한을 '비법인사단'임을 전제로 했으며 정부가 북한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최초의 소송이다.
권 장관은 이번 소송은 '경고'와 '상징'의 의미가 크지만 실질적인 승소 가능성도 '100%'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승소하더라도 실제로 북한으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을지 등 소송의 '실효성'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서도 "북한의 채권을 확보해두고 언젠가는 이걸 집행하겠다고 하는 부분이 매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형사적인 책임이든 민사적인 책임이든 우리가 언젠가 북한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때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그런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장관은 '이번 소송으로 남북관계가 더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당장은 아마 북한도 불쾌하게 생각할지 모르고 남북관계에 약간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는 있겠지만 남북 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굴종적인 대화가 이뤄졌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