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찾아온 역전세난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증사고는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도 정작 HUG가 회수하는 금액은 극히 일부인 탓이다. 지난 7월까지 HUG가 대위변제한 금액은 역대 최대치인 1조6512억원. 이 중 15%인 2442억원만 돌려받았다.
회수율이 떨어지면서 HUG의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HUG는 자기자본 대비 보증금액을 의미하는 보증배수가 자기자본의 60배를 넘어서면 법적으로 모든 보증의 발급을 멈춰야 한다. HUG의 영업이익 감소로 인한 자기자본 축소 시 올해 말 보증배수는 59.7배로 전망된다. 이대로라면 내년 초부터 HUG의 보증상품을 이용할 수 없단 뜻이다.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HUG에 3800억원을 출자하고 내년 예산안에는 7000억원의 출자액을 반영하는 동시에 보증배수 한도를 60배에서 70배로 늘리기로 했다. 보증발급을 계속하려면 자기자본을 확충하거나 보증배수를 확대하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하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부 원조는 임시방편일 뿐 회수율 자체를 끌어올리기 위한 HUG의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사례가 많아지면 대위변제액도 그만큼 불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우선은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해 보증금 회수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악성 채무자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도입했다.
유병태 HUG 사장은 "반환보증 사고 발생 시 경·공매를 신속히 진행하고 악성 채무자에게는 유예기간을 주지 않고 곧바로 경매를 신청하고 있다"며 "전세사기 의심 사례나 은닉 재산의 경우 수사기관에 신속히 수사를 의뢰하고 강제집행 절차에 돌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약 8개월 만의 공석을 깨고 HUG 제9대 사장에 공식 취임한 유 사장은 서민주거안정과 재무 건전성 확보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단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12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3년 만의 '적자 기업'의 오명을 쓴 HUG가 지금의 풍파를 무사히 극복해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